사회 사회일반

[파문 휩싸인 대법원] "처벌보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 사법부의 자정 능력을 믿어보자"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3 17:25

수정 2018.06.03 19:35

양승태 前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 긴급진단
[파문 휩싸인 대법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넘어 이제는 재판 거래, 재판 개입이 의심되는 지경이다. 정권에 우호적인 재판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대법원이 원하는 상고법원을 얻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대법원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거나 혹은 그런 시도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사법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민주주의가 붕괴될 수 있는 엄중한 사태다. 법원 내부 구성원부터 사태를 수습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 재판 관여, 특정 법관에 대한 불이익 등 의혹 일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반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비참하고 참혹한 조사 결과' '충격과 실망감' 등의 용어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판사들은 연일 집단행동을 통해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 같은 모양새다. 전·현직 대법원장을 필두로 법원 내 신구 세력의 대결, 이념과 성향이 다른 법관들 간의 드잡이처럼 비치는 것이다.

검찰 수사 이전에 법원 자체에서 명명백백한 진상을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 덮고 넘어 가자거나 법원은 치외법권지대라는 말이 아니다. '흔적이 발견됐다'는 식의 모호한 내용이 아니라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형사처벌 여부는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다. 그런 자정 기능도 없이 무조건 검찰 수사부터 의뢰하면 그런 법원을 누가 신뢰하고 존중하겠는가. 양 전 대법원장의 호소처럼 불신을 거둬주실 것을 앙망한다고 해서 불신이 거둬지지 않는다.
불신의 안개는 진상의 해가 뜨면 저절로 사라진다.

사법부의 위기임을 인식한다면 관련자 모두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입법부나 행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지만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대검찰청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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