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주 52시간 근무제의 그늘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3 16:41

수정 2018.06.03 16:41

[데스크 칼럼]주 52시간 근무제의 그늘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은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가.

당장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1주일에 40시간 근무에 연장근로(12시간)까지 포함해 총 52시간을 넘겨서 추가 근무를 시키면 불법이다. 오는 2021년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연평균 300시간 이상 더 근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 52시간 도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새로운 게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지만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기존 근로기준법 제50조에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40시간, 제53조에 노사 합의를 거치면 최대 12시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에 최대 주당 52시간을 근무하게 돼 있지만 지금까지 근로시간이 68시간이었던 이유는 뭘까. 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 12시간 외에도 8시간씩 휴일 근무가 가능하다고 행정해석을 하면서 토·일요일 각각 8시간을 포함,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가비용 발생 등의 이유로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되지 못했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장시간 근로에 따른 사망사고 등 부작용을 해소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주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에 따라 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장시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주당 평균 6.9시간 이상 줄어들고 약 14만~18만개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0인 이상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인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근로자 수가 300명을 겨우 넘긴 중견기업의 경우 대기업 계열사들은 자금 여력이 있는 반면 비대기업 계열의 중견기업은 법 개정 이후 준비할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한 데다 자금 여력도 없는 곳이 많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아니면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어려운 데다 일부 업종은 업무특성상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문제를 놓고서도 노사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이 몰리는 시기에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일이 없는 시기에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자는 제도다. 현재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은 '2주 이내', 노사 합의 시 '3개월'로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6개월·1년 단위로 늘려야 한다는 게 관련기업들 주장이지만 노조는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와 근무시간에서 식사 및 휴식시간을 제외하는 등 근태관리 시스템 강화가 예상되면서 진정한 '워라밸'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철저한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양극화를 심화시켰던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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