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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컬처]"영어 아니어도 재능 있다면 한계 없어… 방탄이 그걸 입증했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1 17:46

수정 2018.06.01 09:40

빌보드 점령한 BTS 전문가들이 분석한 성공요인은
화려한 비주얼과 칼군무.. 세계적 팬덤 탄생 이끌어
개인 자율성 존중하니 더욱 매력있는 콘텐츠가
'K팝 인베이전'도 가능.. 패션 등 산업 호조 기대
[yes+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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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슈퍼스타 밴드가 최근 북미 차트를 장악하며 전세계적으로 K팝의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다." (필립 메릴, 그래미 칼럼니스트)

방탄소년단(BTS)이 이번주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다. BTS의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오른데 이어 앨범 수록곡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싱글 차트인 '빌보드 100' 10위를 기록했다. BTS의 전무후무한 대기록 수립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들이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동력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홍석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한류 전문가), 성미경(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 등 3인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BTS의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임진모=한국 대중음악 100년사에 신기원이다.
여전히 빌보드가 갖는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그곳에서 앨범 차트 1위와 싱글 차트 10위를 기록한 것은 매우 상징성이 높다. 기념비적이고 인상적인 미국 상륙이라고 생각한다.

▲홍석경=BTS는 그동안 계속 K팝 순위에 들어있었다. 싸이는 갑작스럽게 나와 가장 덜 K팝적인 길을 걸었지만 BTS는 이전에도 꾸준히 빌보드와 유튜브 엔트리에 들었다. 무엇보다 유의미한 것은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영어로 된 랩이 있지만 가사가 한국어로 돼 있다. 적극적으로 가사를 번역하는 수용자의 노력이 비영어권 음악을 1등으로 만들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음악시장에서 중요한 생산자가 됐다.

▲성미경=음악사적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간 K팝이 해외에서 음악성이나 문화적 예술성보다는 아이돌 중심의 상업적 음악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K팝이 하나의 글로벌 월드뮤직 장르이자 변방이 아닌 주류 음악계에 진입했다.

―팬클럽 '아미(ARMY)'를 비롯해 전세계가 BTS에 열광하는 이유는.

▲임=방시혁 대표가 얘기했듯 K팝 고유의 가치를 지킨 것과 화려한 비주얼, 매력적인 '칼군무' 퍼포먼스가 전세계를 사로잡았다고 본다. 그리고 음악 자체가 복고적이면서도 트렌디함을 갖고 있어 미국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번 싱글 차트 성적이 굉장히 중요한데 오래 머무르면 그래미 신인상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가사가 가진 시대성이 또 다른 포인트다. 청춘들에게 바치는 거대한 위로의 탑이다. 그라모폰 기사에서 나왔듯 "재능은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딱이다. 많은 이들이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노래와 앨범이 빌보드 상위에 올라온 것을 주목하는데 그건 전통적 가치와 시각에서 쓰는 거다.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BTS의 존재를 SNS 동영상을 통해 알게 되고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공연장에서 칼군무를 보며 팬덤을 공고히 하는 이 코스가 좋았던 거다. 북미에서 열린 KCON에 가보니 틴에이저 외에 3040 남성 팬층도 많았다.

▲홍=아미가 놀라운 건 한류의 팬덤 문화를 전세계적으로 복제시킨 것이다. 한국 아이돌 팬덤이 보여준 조직력은 뛰어나다.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화력을 쏟아줄 수 있는 것. 작동하는 방식, 조직력 등이 국내 팬덤 문화의 재연이다. 이게 진정한 한류 아닌가 싶다. 한국식 인간관계와 사회성이 체계화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조직된 팬덤이 같이 조공도 하고 나무도 심고 쌀도 보낸다. 그리고 아티스트와 팬덤 사이의 끈끈함을 콘서트장에서 확인하는 거다.

▲성=사실 과거에는 팬덤을 기획사가 수익의 대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BTS는 팬이 단순히 앨범을 사주고 열광하고 스트리밍 순위를 높여주는 대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진솔하게 소통하는 대상으로 봤다. 그것이 아미의 결속력을 불러왔다. 팬에 대해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그에 대해 진솔하게 진심을 담아 SNS를 통해 다가갔던 것이 아미를 열광케 했다.

[yes+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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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소위 3대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임=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작은 데가 아니고 튼튼한 회사다. 다만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달리 멤버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부분이 색다른 방식이었던 것 같다. 동방신기나 투애니원 같은 아이돌 그룹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속력이 와해됐다. 근데 BTS는 멤버십 구축의 대표적 성공사례라 본다. RM을 대표자로 인식시키고 7명의 멤버십이 좋다. 이들은 쉽게 둘로 나뉘거나 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홍=기존 아이돌 시스템의 장단점이 있었다. 엄격한 트레이닝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연예 노동자들을 만들어냈다. 이들을 예술인으로 봤을 땐 자율성이 없다는게 제약이다. 서구는 여전히 아티스트십이 중요하다. 음악에 자신의 인격과 자발성이 투사돼야 하는데 모든 것이 세팅되면 매력이 없다. 반면 BTS는 자유스러운 분위기다. 자율적인 부분이 이들을 키웠다. 원래 춤을 주로 추는 멤버도 작곡을 하고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게 판을 만든다. 한국 교육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선행학습으로 애들을 키우던 단계를 넘어서 자율성이 중요해졌는데, BTS의 성공이 미래 지향적 교육이 어떤 것일까를 돌아보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성=그동안 한국 아이돌 시장은 딱 보면 이게 YG 출신이다, SM 출신이다 알 정도로 비슷하게 색깔이 고착화된 게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른 방향을 설정한 게 중요한 것 같고, 빅히트는 아이돌 육성에 있어서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지 않았나 싶다. 상명하복이 아니라 연습은 타이트하게 해도 내부 팀 구조에서 자기 결정권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판에 박히지 않은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BTS의 빌보드 차트 점령이 일으킬 경제적 파급 효과는.

▲임=이번에 잘하면 예전 영국 팝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처럼 'K팝 인베이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브리티시 인베이전'처럼 경제적 효과는 따논당상이다. 싸이가 빌보드 상위에 오르면서 미국 비버리힐즈에 집을 샀다. BTS 외에도 아이콘이나 빅뱅 등 K팝이 선전해서 롤링스톤즈 등이 그랬듯 인베이전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게 되면 경제적 성과도 상상 이상일 것이다.

▲홍=일각에서는 1조 이상의 가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화적으로 보기에 이 성공을 확장시킬만한 접근이 계속 이어지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현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BTS 게임도 만드는 등 관련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성=한국 음악산업이 지난해에는 전세계 8위였다. 근데 올해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보고서에 따르면 6위로 올랐다. 전세계 톱5 정도 시장이 됐는데, 올해 매출은 BTS로 인해 더욱 오를 것이다. 작년에 5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6.7% 증가했는데 내년에는 6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음악콘텐츠가 콘텐츠산업 중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효자상품이다.
이런 호조세가 유지된다면 음악산업 종사자도 늘고 일자리 창출도 있을 것이라 본다. 경제적인 부분을 담보하는 비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브랜드 가치 상승을 꼽을 수 있다.
국가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콘텐츠와 연관된 매체, 컴퓨터 등 전자제품 및 패션.뷰티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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