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6·13 민심 돋보기] “울산이 묘하네…젊은 사람은 돌아섰데이"..“하던 사람 밀어줘야지~ 자유한국당 아이가”

남건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30 17:35

수정 2018.05.30 21:55

<1> 보수 텃밭의 지각변동 울산
민주 송철호 vs. 한국 김기현 격돌…세대별 민심이 당락의 키포인트
“울산 경제는 제2의 IMF” 탄식
“중앙정부가 경제 살려야” 목소리
울산 시민들이 30일 울산 중구 태화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울산 시민들이 30일 울산 중구 태화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6·1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3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13일간의 전쟁'을 시작한다.

국내외적으로 '초대형' 외교안보 이슈로 인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지만 여야가 선거의 성패를 가를 격전지로 꼽은 주요 지역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울산과 경남, 부산, 충남, 경기 등 주요 격전지를 직접 찾아 민심을 청취하고 선거 판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를 체크했다. <편집자주>

【울산=남건우 기자】 "울산이 묘하다.
"
스스로를 '울산 토박이'라고 밝힌 60대 택시기사 이모씨가 전한 민심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모든 울산시장 선거에서 보수정당 출신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울산은 '보수 텃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정당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를 "묘하다"고 표현했다.

30일 울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보수정당만을 찍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정권을 향한 실망감과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화해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PK(부산·경남)에 이어 울산까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불면서 이른바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세대별 민심이 크게 엇갈리면서 전체 지방선거 판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울산시장 선거에는 민주당 송철호 후보와 한국당 김기현 후보를 비롯해 바른미래당 이영희, 민중당 김창현 후보 등이 출마했다.

■달라진 울산…세대별 민심 '변수'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이날 울산 중구 태화시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간혹 유모차를 밀며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도 눈에 띄었지만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상인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시장에서 어패류를 파는 한 60대 여성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시키노믄 다 똑같지만, 그래도 2번 찍어야지"라며 "자유한국당 아이가"라고 답했다. 지나가던 손님들은 "김기현이가 잘하고 있으니까"라며 "기존 사람이 잘하면 계속 그 사람 밀어줘야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송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는 건 젊은층 지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남동식씨(58)는 "송 후보가 높게 나오는 건 뭐 문재인 대통령 효과겠지"라며 "울산 정서가 원래 안 그란데 젊은 사람들은 민주당 좋아하데"라고 전했다.

특히 문 정부가 보이는 남북 화해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남씨는 "이북 김정은이하고 만나고 하니까 아무래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지"라며 "젊은 아들은 진보 좋아하는지 몰라도 우리는 아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젊은층에서 나타나는 변심은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 동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강지수씨(27)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보수정당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30대 남성은 "사람들 인식이 예전에 보수가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남북 화해 무드도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울산시민 8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송 후보 지지율이 44.1%로 김 후보(28.4%)를 앞섰다. 60세 이상을 제외하곤 모든 연령대에서 송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가 진행한 이번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는 전화면접과 자동응답 혼용 방식(무선 60%, 유선 40%)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8%를 기록했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 오차는 ±3.4%포인트다.

■울산 시민들의 호소…"제2의 IMF"
울산 시민들은 남북 이슈와 달리 경제 문제는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내다봤다. 그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경제는 결국 중앙정부 역할에 달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태화시장에서 커피를 파는 50대 정모씨는 "대통령 잘한다 캤는데 뭘 잘한다 캤나, 최저임금 올리면서 물가만 다 올리뿌고"라며 "한마디로 최악입니다, 최악"이라고 강조했다. 60대 택시기사 임영술씨는 "누가 되더라도 경제는 영향 없다"라며 "신경을 안 쓴다니까"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인근 카페 직원 강씨 역시 "최저임금이 오르고 나서 일자리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며 "울산 경기가 '제2의 IMF'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현대중공업 근처 식당가는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거리가 한산했다. 강씨는 "식당 물가가 많이 오르다 보니까 사람들이 회사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솔직히 누가 울산시장을 하더라도 경제는 기대가 안 된다"라고 털어놨다.


경제에 대한 울산 시민들의 우려를 반영하듯 송 후보와 김 후보 모두 제1공약을 각각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비상하는 울산'과 '3차원(3D) 프린팅 허브도시 건설'이란 이름의 경제 공약으로 마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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