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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게임의 법칙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8 17:20

수정 2018.05.28 17:20

[윤중로] 게임의 법칙

"모두가 게임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기의 회담으로 주목받는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직후 기자들이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롄회담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며 시 주석을 향해 '세계적 포커 플레이어'라고 비꼬았다.

이후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카드로 포커판 자체를 뒤집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적 행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한반도 위기가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식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관련,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자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자서전에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세계적 부동산재벌이 될 수 있었던 각종 협상의 기술이 서술돼 있다. 트럼프는 자서전에서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성공의 수단일 뿐,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사업가일 때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흥망이 걸린 외교전에서도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11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등이다. 그는 특히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흥정 테이블을 떠나야 한다'고 기술했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 카드도 이런 원칙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전까지 상황을 보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미국이 '일괄타결 해법'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 대한 비방과 함께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음을 내비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취소 카드를 꺼내 판을 뒤집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이 간절히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서도 더 이상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미국의 요구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결과도 만들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식 게임의 법칙이 일부에선 무모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어쩌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해법이 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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