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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LG TV 1등 만든 평택 LG 디지털 파크 가보니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4 09:59

수정 2018.05.24 09:59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으로 올레드 TV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LG전자 연구원들이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으로 올레드 TV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평택(경기)=김경민 기자】LG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지난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12개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이 실시한 성능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비영리 소비자 매거진은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기업의 광고지원 없이 회비와 독자 기부, 잡지 판매수입 등으로만 운영한다. 1위 자리를 꿰찬 LG TV가 더 빛나는 이유다. LG 올레드 TV는 어떻게 주요 시장 소비자의 마음을 훔친 걸까. 지난 23일 LG 올레드 TV의 요람인 경기 평택 LG디지털 파크를 직접 찾아 비결을 살펴봤다.


■지독한 품질주의, 합격해도 평균 밑돌면 '불량'
LG 디지털파크는 연구개발(R&D), 생산, 품질, 교육을 모두 아우르는 LG전자의 핵심 제조복합단지다. 축구장 90개(약 64만4628㎡) 크기의 ‘LG 디지털 파크’에는 HE(TV)사업본부(R&D), MC(휴대폰)사업본부(단말생산), 생산기술원 등이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거대한 R1동이 눈에 들어온다. R1동은 건축 면적만 3만3000㎡가 넘는다. 축구장 5개 크기와 맞먹는 크기로 LG 디지털 파크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이곳 R1동 2층에 올레드 TV의 화질과 음질을 책임지는 TV화질·음질 개발실이 있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 특성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높이 2m가 넘는 거대한 장비에 TV를 부착하고 측정기를 조작하면, 기계가 정면대비 좌우상하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까지 총 720도를 회전하며 자동으로 화질을 측정한다.

이 장비는 최대 120형 크기의 디스플레이까지 측정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휘도(밝기), 명암비, 시야각, 색재현율 등 모델별로 1000개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한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의 화질 측정 항목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잠재된 불량을 막기 위해서다. 측정된 수치가 합격점을 받더라도 평균 이하를 밑돌면 불량으로 간주한다. 올레드 TV의 최고 강점 중 하나는 3300만개의 서브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고 꺼져 완벽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완벽한 블랙은 다른 색상들을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TV 기능 몰라도 AI가 알아서 척척
올해 LG 올레드 TV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AI) 화질엔진 알파9을 적용한 것이다. 알파9은 스스로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화질을 만들어 준다. 알파9 핵심 기능은 4단계 잡음 제거, 입체감 강화, 정교한 색상보정 알고리즘이다.

LG전자는 자연색 그대로 볼 수 있는 화질엔진을 만들기 위해 약 2년의 개발 기간을 들였다. 알파9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모두 이용해 영상을 처리한다. LG전자가 TV에 GPU를 적용한 것은 알파9이 처음이다. GPU를 통해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최적의 화질을 찾는다.

LG전자 관계자는 "TV가 발전해도 메뉴에 들어가보는 소비자는 10%에 불과해 기능을 쓰지 않았다"며 "AI는 소비자가 굳이 기능 설정을 별도로 않아도 알아서 최적의 시청환경을 맞춰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TV 시청 환경과 선호하는 화질도 제품에 적용한다. 태양의 고도차, 조명 환경 등 지역별 관습이나 문화적 차이로 나타나는 고객의 다양한 선호를 직접 발로 뛰면서 반영한다. 연구원들은 전세계 각국에서 방영 중인 영화, 드라마, 뉴스,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녹화해오고, 그 지역의 시청환경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화질을 테스트한다. 또 수백가지의 전문가용 영상을 보면서 색상, 명암비, 선명도 등을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LG전자가 연구원들이 무향실(無響室)에서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LG전자가 연구원들이 무향실(無響室)에서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하고 있다.

■음질이 좋아야 프리미엄 TV지~
최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화질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음질이다.

R1동에서 300m 정도 떨어진 G3동에는 TV 음질 성능을 평가하는 무향실과 청음실이 있다. 무향실은 말 그대로 소리의 울림이 없는 방이다. 처음 무향실에 들어서면 귀가 먹먹해진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 반사돼 들려오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사라지기 때문. 무향실은 천장, 벽, 바닥 등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반사가 0에 가깝게 설계돼 순수하게 TV에서 나오는 소리만 측정할 수 있다. 무향실에서는 음향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한다.

무향실에서 주파수의 특성을 측정했다면 청음실에서는 실제 소리를 들어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무향실과 달리 청음실은 적절한 소리의 반사가 이뤄지도록 마치 작은 콘서트홀처럼 설계됐다. 공간에 의해 소리가 왜곡되지 않고 음질을 평가할 수 있다. 청음실에서는 연구원들이 TV의 소리를 들으며 음의 왜곡과 균형을 잡아주는 튜닝을 진행한다.

연구원들은 제품을 개발하면서 무향실과 청음실을 오가며 동일한 모델에 대해 측정과 청음 작업을 거친다.
한 연구원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 HD TV에 채택한 입체음향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는 화면상의 사물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따라 소리가 사용자의 앞이나 뒤, 위에서 들린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은 "실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같은 화질과 음질을 만들기 위해서 올레드 TV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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