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갈수록 벌어지는 북미] 北, 미국과 판 안깨고 南 압박… 남북관계 당분간 냉랭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2 17:32

수정 2018.05.22 17:32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남측 빠진 외신기자단 방북
북, 美강경발언에 불만..남측 압박해 메시지 전달
판문점선언 어긋난 모양새..후속조치 논의도 무기 연기
미국 CNN 윌 리플리 기자를 비롯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외신기자단이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원산행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CNN 윌 리플리 기자를 비롯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외신기자단이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원산행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참관할 외신기자단이 탑승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참관할 외신기자단이 탑승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2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베이징·서울=공동취재단 조창원 특파원 임광복 기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에 참관하는 외신기자단이 22일 방북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스스로 약속한 첫 조치를 이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당초 초청했던 남측 기자단의 방북은 불허해 남북관계는 당분간 교착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우리측 기자단의 방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의 초기 조치가 예정대로 진행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신기자단만 방북행 전세기 탑승

4개국 외신기자단은 22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참관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 JS622편에 탑승해 원산으로 향했다. 외신은 미국 AP·CNN·CBS방송·Vice, 영국 스카이뉴스·APTN, 러시아 타스 통신·러시아 투데이, 중국 신화통신·CCTV 등으로 파악됐다. 당초 북한이 외신들에 사증 등의 명목으로 1인당 1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수수료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번 방북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18번째 방북한다는 CNN 윌 리플리 기자는 "북한이 말하는 대로 핵실험 장소에서 핵 폐기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그들이 미리 말해준 것 외엔 아는 게 없어 눈을 크게 뜨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2일에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한국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접수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한다며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징적 의미 높은 풍계리 폐기 진행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남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비핵화의 첫 행동 조치여서 상징적인 의미가 높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라인의 비핵화 물밑조율과 달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강경 발언에 불만은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에 직접 불만을 표시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남측을 압박해 사실상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국이다. 백악관도 최근 이 같은 북한의 행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은 세기의 빅딜인 북·미 정상회담에 전념하면서 4·27판문점선언 합의사항도 일부분 포기하는 모양새다.

당장 남북이 합의한 5월 중 장성급군사회담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4·27판문점선언 후속조치 논의를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은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무기 연기를 선언해 일단 스톱된 상태다.


6·15민족공동행사도 남은 시일이 촉박해 규모 축소나 행사 불발 등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북측 매체는 맥스선더훈련 등을 연일 비난하면서 판문점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드러내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나서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민족자주의 길에 빛나는 불멸의 업적' 제하의 사설에서 "10·4선언은 6·15공동선언과 더불어 통일의 가장 빠른 지름길을 밝혀준 빛나는 대강"이라며 "북과 남, 해외의 동포들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애국위업을 더욱 활력있게 추동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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