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펀드·채권·IB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약화된 금리인상 기대감과 아직 남아 있는 금통위 경계감

마켓포커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1 13:42

수정 2018.05.21 16:26

사진=한국은행, 금통위원들
사진=한국은행, 금통위원들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회의에서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1.50%에서 동결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주 이자율 시장이 금통위 만장일치 금리동결 기대를 키우면서 5주만에 강세를 보인 가운데 장단기 스프레드도 크게 확대됐다.

금리 인상 전망이 약화되면서 국고3*10년 스프레드는 53.4bp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경제지표 둔화와 당국자들의 경기 우려 발언 등으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통위 결과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시장 분위기는 금리정상화에 대한 의구심 강화

요 근래 당국자들의 경기우려 발언들은 한국은행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렸다.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하던 사람들이 1차례로 전망 횟수를 줄이기도 했으며, 심지어 연내 동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공업생산, 수출, 고용지표 등이 잇따라 시장 전망을 밑돈데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침체 초입' 발언, 이주열 총재의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나 고용지표에 대한 우려 발언 등이 금리를 쉽게 올리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소시에떼 제네랄(SG)은 금통위와 관련해 "일부 시장참가자가 인상 소수의견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면서 "최근 경제지표들은 타이트닝한 통화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G의 오석태 연구원은 "경제지표 가운데 소비만이 밝은 분야이고 산업생산이나 수출, 투자, 고용지표 모두 약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억제된 상태이며, 국회의 추경통과는 한은의 지켜보자는 스탠스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6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처럼 된 상황이고 9월에 이어 12월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이 올해 금리를 한 번 올리기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까지 등장한 것이다.

미국이 올해 4차례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2차례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본 쪽에선 1차례로 인상 횟수 전망을 수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제지표 둔화와 함께 당국자들의 경기우려 발언이 나오자 한국의 금리 정상화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BOA 메릴린치의 캐서린 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견조한 글로벌 성장세와 내수 경기회복 모멘텀은 3분기 한 차례 금리인상을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하반기 한 차례 금리 인상 뒤 한은은 더욱 조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5월 금통위는 3분기 금리인상에 대한 여건 조성을 위해 경기 모멘텀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하면서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의 한 딜러는 "5월 금통위의 인상 소수의견과 7월 금리인상 전망이 대세였지만 지난주 상황을 계기로 이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올해 금리인상을 못한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고 일단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튼 한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강도에 대한 의구심은 최근 부쩍 강화됐다.

이달 들어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은의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2회에서 1회(10월)로 낮췄다. 미국의 올해 4회 인상을 예상하면서도 한국은 한 차례밖에 못 올린다고 본 것이다.

BOA메릴린치는 올해 한은의 금리인상 전망을 2회에서 3분기 중 1회로 수정했다. 모간스탠리는 3분기 중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추가 인상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전체적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순탄치 않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 소수의견에 대한 경계감도 남아

지난주 당국자들의 경기우려 발언 전까지만 해도 '5월 인상 소수의견과 7월 금리인상'이 채권시장의 컨센서스였다.

하지만 최근 만장일치 금리 동결론과 8월 이후 금리인상론이 힘을 받았다. 6월엔 금리결정회의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상반기 중 금리인상은 물 건너 간 상태다.

다만 최근 시장분위기가 지나치게 한 쪽으로 쏠린 것 아니냐면서 금통위 결과를 확인해야 할 것이란 지적들도 남아 있다.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2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둔화된 경제지표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최근 이자율 시장 컨센서스가 금리인상이 만만치 않다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 코멘트도 그런 분위기를 풍겼다"면서 "하지만 불과 4월 금통위에서 2명의 확실한 매를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지표도 더 봐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최근 바뀐 분위기를 감안해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을 5:5 정도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모멘텀이 약화됐지만 한은의 성장 및 물가 경로가 변화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 달러화 강세로 인한 신흥국 자금이탈 우려 등 대외여건은 한은의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모멘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외 금리인상 압력에 떠밀려 국내도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5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 이상이 나올 수 있다. 또 미국채 10년 금리가 3%에 안착하는 등 아직까지 금리의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은행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변했지만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모습들도 남아 있다.

선물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국자 발언 등으로 금리인상 기대감이 약화됐지만, 여전히 금통위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도 강한 것 같다"면서 "이주열 총재가 지난주 경기를 우려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그 얼마 전엔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소수의견에 대한 경계감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닌 상태"라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