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청소년 한부모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0 16:33

수정 2018.05.20 16:33

[차관칼럼] 청소년 한부모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최근 한 방송사에서 실시한 미혼모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9명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편견,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언론과 대중문화의 영향을 꼽았다. 부부와 그 미혼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핵가족이 감소하고 가족형태가 빠르게 다양화하고 있지만, 미혼모를 둘러싼 편견과 차별적 인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청소년 한부모를 향한 시선은 더욱더 따갑다.

국내 만 24세 미만 청소년 한부모는 현재 2만여가구로 추산된다. 청소년 한부모를 억압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만이 아니다.
생계와 양육 그리고 학업의 삼중고를 견뎌내야 한다. 임신·출산 과정에서 대부분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홀로 자녀 양육과 생업을 병행하려다보니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한다. 청소년 한부모를 포함한 한부모의 월평균 총소득은 2015년 기준 189만원 정도로 전체 가구 평균소득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는 60%대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한부모 고용률은 80%를 넘고 있다. 대부분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인 것이다.

청소년 한부모들이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혼자 힘으로 끊기에는 역부족이다. 사회의 세심한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청소년 한부모들도 여느 청소년들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역량을 개발하고,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청소년 한부모의 임신·출산부터 자녀양육, 자립(학업·취업·주거) 지원까지 종합적 내용을 담아 '청소년한부모 자녀양육 지원 강화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또한 청소년 한부모들의 특성을 반영해 학습 및 직업훈련을 위한 공간과 탁아공간을 모두 갖춘 시설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립지원으로 충분할까. 청소년 한부모를 비롯한 미혼모는 아이의 출생신고부터 장벽에 부딪힌다. 출생신고서에 '혼인 외 출생자'임을 구분해 표기해야 하고, 민법에서도 부모의 혼인여부를 기준으로 '혼인 중·혼인 외 출생자'를 구별해 아이의 지위와 권리를 인식한다. 청소년 한부모와 그 자녀에게 '차별'의 시작점이 되는 '구별'이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5월 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제정했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적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도록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하는 동시에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발굴하고 본격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7년 기준 1.0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권리,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어떤 출산이라도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 국내 인공임신중절이 약 17만건인 가운데 절반가량은 미혼모로 추정된다. 인공임신중절 허용범위에 대한 논란을 별도로 하더라도 강고한 거부감과 두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출산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출산의 40%가 혼인 외에서 이뤄지지만 우리는 2% 내외다. 일자리와 주거, 보육문제 등으로 젊은 세대가 점점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꺼리는 와중에 미혼모라고 차별하고 노동권, 학습권에 제약을 받는다면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는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부터 출발하는 다양한 가족의 평등권은 임신과 출산 등 모든 면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다. 청소년 한부모가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우리 의식과 제도 전반을 찬찬히 되짚어 보자.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