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영화관람료 인상, 관객입장에서 생각을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0 16:33

수정 2018.05.20 16:33

[특별기고] 영화관람료 인상, 관객입장에서 생각을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아바타'의 뒤를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은 외화가 됐다고 한다. 흔한 말로 대박 영화다. 그런 어벤져스 개봉을 앞두고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영화관람료 가격을 똑같이 1000원씩 인상했다는 소식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참여연대는 이들 멀티플렉스 3사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와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멀티플렉스 3사가 8일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약속이나 한 듯이 동일하게 1000원씩 가격을 올려서다. 흔히 과점시장에서는 가격의 동일한 인상 등 사업자들의 행동의 일치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과점시장에서 가격 선도기업은 다른 사업자들이 자기를 따라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 여기고 추종기업 역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가격인상을 따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의사연락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각자 상대방의 반응을 의식하면서 독자적으로 자기행동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를 '의식적 병행행위'라고 하는데 엄격한 의미에서 의식적 병행행위는 다른 사업자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예측하고 행위를 하는 경우라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사업자 간 행위의 외관상 일치가 존재하는 경우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사업자 간 합의의 결과로 일치가 나타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의식적 병행행위의 결과로 일치가 나타는 경우다. 따라서 멀티플렉스 3사가 똑같이 1000원씩 인상한 행위의 일치가 나타난 원인이 합의에 의한 것이면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보고 제재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의식적 병행행위의 결과에 의한 것이면 담합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멀티플렉스 3사의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 관건이 된다. 합의를 입증하는 방법으로는 합의서, 의사록, 증인과 같은 직접증거와 정황증거를 이용한 추정에 의한 입증이 있다.

요즘은 담합을 하더라도 직접증거를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합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담합사실을 공정위에 자백한 기업에 과징금 전액 또는 50%를 감면해주고 검찰 고발까지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은밀하게 이뤄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담합사건을 용이하게 적발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합의의 증거도 찾기 어렵고 멀티플렉스 3사가 리니언시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영화관람료 인상에 제동장치는 없을까. 영화관업계에서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3사가 시장지배적지위를 이용해 아무런 가격상승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한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가 될 수 있다.


2017년 영화관객 수만 2억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제 영화관은 친구와 연인 또는 가족들과 즐겁게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며 여가를 즐기는 복합적인 공간이 됐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며 불거지고 있는 영화관의 불공정거래행위나 담합 등 논란은 관객 입장에서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이슈가 된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인상. 이것이 멀티플렉스 3사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담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멀티플렉스 3사가 관객 입장에서 한번만 역지사지(易地思之)해 자정작용을 한다면 영화관은 진정으로 더욱 편한 마음으로 지인들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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