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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지금 트럼프와 소송중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1 12:31

수정 2018.05.21 12:31

워싱턴DC 로이터=연합
워싱턴DC 로이터=연합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보수 노선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의 갈등이 대규모 법률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양극화된 미국 정치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민, 환경, 의료보건, 교육, 성 전환자 군복무 등 각종 이슈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으며 현재 최소 32건의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들 소송의 결말이 나오려면 많은 경우 몇 년씩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맞선 캘리포니아의 법률 전쟁을 총 지휘하는 인물은 자비에르 바세라 주 검찰총장이다.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인 바세라는 검찰총장이 되기 전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의원으로서 12선의 의정 활동 경력을 지닌 정치인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2017년 1월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주 검찰총장 재선을 향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캘리포니아의 진보적 가치와 다양성을 수호하기 위한 연방정부와의 대규모 소송전을 적극 옹호했다. 베세라는 “우리(캘리포니아)가 가만히 앉아서 세계 5위의 경제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는 헌법상의 권한을 남용하는 연방정부를 포함해 캘리포니아의 경제 엔진을 멈추려고 시도하는 모든 자들을 추적할 것”이라며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32차례 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 전쟁을 전개하는 것은 현재 양극화된 미국 정치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또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시절 공화당이 이끌었던 텍사스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관계를 재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시 텍사스주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최소 48건의 소송을 제기했었다.

현재 텍사스 주지사인 그레그 애봇은 과거 주 검찰총장으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회상하며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버락 오바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귀가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 법학과 교수 일리야 소민은 CNBC에 “어떤 의미에서 캘리포니아와 트럼프 행정부의 싸움은 텍사스와 오바마 행정부간 싸움이 민주당판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바마와 트럼프 모두 연방 권한을 다른 영역에서 밀어붙였다”면서 “때문에 연방정부와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른 주들로부터의 부정적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클리 법과대학원 산하 캘리포니아 헌법센터의 데이비드 카리요 사무총장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일부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소송의 결과가 나오려면 몇 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NB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가 제기한 32건의 소송을 분야별로 나누면 환경 이슈가 약 12건으로 가장 많다.
또 이민 이슈가 최소 7건, 그리고 의료보건 관련 이슈도 여럿 포함됐다. 이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자동차 연비 기준을 둘러싼 연방정부와의 입장 차이다.
캘리포니아는 연방 환경청(EPA)이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자동차 연비 규정을 완화하려는 것은 캘리포니아의 공기청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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