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J대한통운 부부 택배기사 1800명 "수입도 늘고 사랑도 커져요"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20 09:00

수정 2018.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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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차 택배기사 정형인씨와 아내 한미숙씨
19년차 택배기사 정형인씨와 아내 한미숙씨

#1. IMF시절, 사업에 실패하면서 막막한 생계에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어렵게 살다 결국 택배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올해 19년차 택배기사 정형인씨. 아내 한미숙씨는 그런 남편에게 힘이 되고자 일주일만 배송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 벌써 7년이나 됐다. 이제 베테랑이 된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 호흡을 맞춘다. 동네 유명인사가 된 것은 물론 혼자 배송할 때 보다 수입도 크게 늘어나 가족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게 됐다. 택배기사인 부모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녀들이 가장 큰 지원군이라는 부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택배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노정호, 이미영 부부
노정호, 이미영 부부

#2. 국내 대기업 서비스센터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택배기사 노정호씨. 인력관리 업무에 스트레스가 심하던 어느 날 회사동료가 퇴사하고 택배기사가 된 사연을 듣고, 그 길로 택배를 시작했다. 혼자서 마음 편히 일하는 환경, 안정적인 수입, 활동적인 직업의 특성이 12년째 택배를 하고 있는 이유다.
20대에 이른 결혼으로 각각 세살 터울 3남매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부모님의 육아 도움으로 2013년 아내 이미영씨까지 택배에 뛰어 들었다. 여성이 하기엔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편견을 보란 듯이 이겨내고 며느리, 엄마, 아내의 역할도 척척 해내고 있다. 택배가 재미있다는 부부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벌고 있고, 무엇보다 배우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매일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일을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이 21일 부부의 날을 앞두고 '남편과 아내가 함께 택배업에 종사하는 부부'(이하 부부 택배기사)를 초청해 즐거운 일터, 화목한 가정을 일궈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9일 서울 한강대로23길 소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200명(100쌍)의 부부 택배기사를 초청해 영화를 관람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참석해 부부 택배기사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가족 및 배우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중 부부를 포함해 가족(부모·자녀·형제·친척 등)과 함께 택배를 하는 인원은 2300여명에 이른다. 그 중 부부 택배기사는 1800여명(900여 쌍)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 경상권(39%), 수도권(38%), 충청권(12%), 전라권(8%), 강원권(2%), 제주권(1%) 순이다.

20대부터 70대 부부까지 일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남편 48세, 아내 45세로 40대 부부가 가장 많았다. 함께 일한 경력은 평균 3년 3개월, 월 소득액은 700만원대(부부합산)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인당 평균 월 소득 551만원을 상회한다. 이는 일정 시간 동안 1인 보다 2인이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 가족 단위로 택배를 하는 사례가 많아진 이유는 최근 10년간 택배 물동량이 3배 가까이 늘어나 택배기사 1인당 처리해야 하는 배송 물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손이 달려 사람을 충원하더라도 배송업무에 적응하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인력 관리도 쉽지 않아 믿을 수 있고 서로 챙겨줄 수 있는 가족과 함께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최근 CJ대한통운이 전국 서브 택배터미널에 설치하고 있는 첨단 자동분류기 '휠소터'의 도입도 부부 택배기사들의 증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 강서지점에서 7년째 부부 택배를 하고 있는 19년차 택배기사 정형인씨는 "혼자 배송할 때보다 아내랑 같이 하면서 월 수입이 40~50% 정도 늘었고, 평균 배송 마무리 시간도 오후 6~7시로 빨라져 자녀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한미숙씨는 "택배를 하면서 고객을 대하듯 서로에게 대하다 보니 배려와 이해를 통해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매년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절반 이상이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장시간의 업무시간 때문에 육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다"면서 "이와 달리 부부 택배는 유연한 출퇴근 시간과 수입 증대로 향후 많은 부부가 함께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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