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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산업구조조정을 변화의 기회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7 17:02

수정 2018.05.17 17:02

[여의나루] 산업구조조정을 변화의 기회로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때가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산업 환경은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곳에서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이런 급변하는 모든 변수들은 우리의 예측을 불허하는 수준의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까지도 언제나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온 셈이지만 지금까지 한국 경제와 한국 산업이 겪은 불확실성은 그래도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지금 다가오는 불확실성은 어느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크게 실감이 나지 않던 'unconventional challenges'(비전통적인 위기)라는 영어 표현이 참으로 실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비전통적인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우리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국내적으로는 과거의 '전통적인' 경영 형태를 문제 삼는 새로운 정부의 정책 기조에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기업들의 경영 형태를 비호해줄 세력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참으로 낯선 환경에 마주친 기업들의 모습이 가련할 정도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강도가 어떤 수준으로 지속될 것인지 자체가 기업과 산업들에는 큰 불확실성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도 전통적 경영방식을 고집하는 기업과 산업들에는 예측을 불허하는 기술적 불확실성이다. 거론되는 유망한 기술 분야에 잘 투자하면 과거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데다가 과연 어떤 기술적 변화가 미래 세상을 열어갈 것인지가 더욱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전통적인 불확실성은 지금과 같은 소수의 기업총수의 혜안에 의존하는 경영방식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부침을 겪고 있는 선진국 기업들과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군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 기업과 산업들에는 가장 큰 불확실성이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오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줄다리기이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북핵과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를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북핵의 사찰과 검증, 폐기와 보상 과정, 그리고 이 모든 일정들을 확실하게 정하고 그 일정들을 당사국들이 지켜나가는 일들에 참으로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 이 역사적 회담이 더욱 큰 불확실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불확실성은 북한의 개방, 개혁이 가져올 긍정적 기대로부터 이행 과정에서의 더 큰 갈등의 발생이라는 부정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의 도래야말로 우리 기업들과 산업들이 맞이하는 진정한 산업구조조정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우리 산업들이 성장해 오면서 쌓아온 모든 것들에 의문부호를 찍어야 하는 시기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불확실성들은 진정한 산업구조조정을 가져올 전주곡처럼 들린다.


지금까지의 전통적 경영방식, 즉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고집하는 기업들에는 이 모든 불확실성은 점점 더 살아나갈 영역을 잃게 만들 것이 자명하게 느껴진다. 반면에 이러한 전통적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고 바깥 세계와 제대로 소통하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다가오는 미래에 잘 적응하고 변신하는 기업과 산업들에는 참으로 큰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산업의 승자와 패자가 바뀌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도훈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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