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 내역 6개월마다 공개…美 환율조작국 압박에 대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7 17:01 수정 : 2018.05.17 17:01

외평기금.한은 거래 투명화..정부, 1년후엔 3개월로 단축
외환시장 20배 성장 자신감..점진적 시행 시장충격 완화




정부와 한국은행이 6개월마다 외환 순거래 내역을 시장에 공개키로 했다. 1년 후부터는 공개주기를 3개월로 단축한다. 미국이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 외환당국의 환시 개입내역 공개를 압박해오자 꺼낸 외환당국의 대책이다. 이번 결정에는 우리 외환시장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평가다.
또 당초 우려보다 공개범위가 완화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마다 공개키로

기획재정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3월 말 외국환평형(외평)기금과 한은이 실시한 외환거래 중 순거래(총매수-총매도) 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매수와 매도 총액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이어 같은 해 9월 말 공개된 이후 공개시기는 12월로 공개주기가 3개월 단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안정조치 내역 공개에 따른 외환시장의 적응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 외환정책의 효과성 등을 감안해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비공개로 유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시에 개입해 원화가치 저평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2016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차례 연속 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하는 등 압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6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적절한 시차를 두고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할 것을 권고했고, 작년 이사회도 역시 공개를 권유했다.

■외환시장, 20배 넘게 성장

한은에 따르면 2017년 중 은행 간 시장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외국환중개회사 경유분 기준)는 228억5000만달러다. 자유변동환율제 시행 이후인 지난 1998년 11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20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 외환시장이 성장했고, 원화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번에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키로 한 것도 외환시장 성장으로 외환정책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일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원화는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보다 많이 거래되는 등 신흥통화 중 거래가 가장 활발해졌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3984억2000만달러로 100배 이상 늘어 대외건전성도 좋아졌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입도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주류였다"고 지적했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기본적으로 환율변동은 시장에 맡기고 급변할 때만 미세조정하는 것이다.

사실상 적극적 시장개입이 없는데도 우리 정부가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오해를 받아왔다. 수출 등을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가치 저평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을 뺀 34개국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6개국을 제외한 국가가 개입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시장 영향 크지 않을 듯

정부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외환시장 개입내역의 점진적 공개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처음엔 반기, 1년 뒤엔 분기 주기로 순거래내역을 공개하는 조건이어서 외환당국은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과도한 급변동 시에만 양방향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한다는 기본원칙은 유지했다.

시장에서도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날 외환시장 움직임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시장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원화가 강세로 갈 때 이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원화강세의 재료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며 "더불어 변동성이 커질 경우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해도 연기금 등 다른 수단을 통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6개월 정도 공개주기와 순거래 내역만 공개한다는 점에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3개월로 주기를 단축할 경우 시간을 두고 외환당국의 개입 패턴이 읽힐 가능성이 있어 외환보유고 관리와 외환시장 환율 변동성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개입내역을 공개할 경우 한국의 외환정책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동합의문 수준 이상으로 투명성이 높아진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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