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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쇼크 현실로] 재정 쏟아붓고도 고용절벽.. 정부 정책방향 틀어야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15

수정 2018.05.16 21:13

고용침체 장기화 경고등
제조업 생산지표 악화
전산업으로 퍼져 고용부진
최저임금 인상 여파 커지고
중국 관광객은 기대 못미쳐
공공일자리 확대 정책보다
민간에서 근본대책 찾아야
1년전… 일자리상황판 설명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1년 동안 일자리정책에 올인했지만 고용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1년전… 일자리상황판 설명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1년 동안 일자리정책에 올인했지만 고용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여 만에 석 달째 10만명대 증가에 그치면서 한국 경제가 사실상 '고용절벽' 상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일자리 해결에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고용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고용시장 회복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본격화로 제조업 경기가 휘청이는 데다 최저임금 인상,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마저 부진에 빠지며 서비스업 고용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제조업 생산지표와 수출, 내수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잇따라 켜지면서 고용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자리쇼크 현실로] 재정 쏟아붓고도 고용절벽.. 정부 정책방향 틀어야


■제조업.서비스업 고용 동반부진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실업자 수는 116만1000명으로, 지난 1월 102만명을 기록한 이래 4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산업별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6만8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17년 6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조선업과 한국GM 등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전달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69.9%)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이 남은 가운데 자동차산업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감소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제조업 생산지표 악화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쳐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침체에 따른 서비스업 고용도 동반부진에 빠졌다.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8만8000명 감소해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자영업 취업자 수는 2000명 증가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4월(9만9000명)과 비교해선 여전히 적다.

중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건비 부담에 채용을 줄이는 데다 건설경기가 둔화된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4월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 수는 각각 8만3000명, 9만6000명 줄었다. 저소득층이 주로 임시직.일용직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용충격이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본격화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땜질식' 정책 실효성 의문

이처럼 고용시장 부진이 이어지자 정부의 '땜질식' 일자리정책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2년 연속 추경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편성에 이어 올해도 청년실업난 해결을 명목으로 3조9000억원가량 추경 편성을 단행했다.

그러나 추경이 본격 투입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9월에는 청년실업률(9.2%)이 0.2%포인트 하락했지만 10월부터 다시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달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고용보조지표3'은 11.5%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최근 고용침체 원인을 두고 지난해 3~4월 40만명대의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기저효과 영향도 상당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4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사실상 20만명대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문제는 주력산업인 제조업 부진 지속, 반도체의 의존하는 '외끌이' 수출 호황, 내수부진 등으로 사실상 경기가 하향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신사업 육성 등 산업구조 재편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근본적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재정만 투입하느라 급급한 상태"라며 "고용부진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내수침체와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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