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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한마디에 터키 리라 폭락.. 신흥국 통화 '도미노 추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02

수정 2018.05.16 21:50

"경제통제권 강화" 투매 촉발.. 달러당 리라 4.45 역대 최저
브라질·남아공 통화 동반하락 美국채 10년물 3.1% 육박
달러·금 시장도 다시 요동.. 신흥국 자금이탈 가속화
대통령 말한마디에 터키 리라 폭락.. 신흥국 통화 '도미노 추락'


신흥시장 통화가 15일(이하 현지시간) 다시 급락세를 탔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이에따른 유가 상승, 미국 소매매출 증가 지표 등이 더해지며 위험자산인 신흥시장 통화 매도압력이 다시 높아졌다.

전날 큰 폭으로 하락했던 아르헨티나 페소는 이날 잠잠했지만 이번에는 터키 리라가 급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권력집중을 강조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의 우려를 가라앉히기보다 증폭시킨 탓이다.

지난주 리라 급락 당시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대응 표명이 이번에는 되레 시장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남아공 랜드 등 신흥시장 통화들이 급락세를 탔다.


■터키 리라 사상 최저..석달간 낙폭 15%

리라는 에르도안 발언 뒤 미국 달러에 대해 2% 하락했다. 런던시장에서 리라는 달러당 4.4530리라로 사상최저치로 추락해다. 지난 석달간 낙폭은 15%에 이른다. 브라질 헤알은 2% 가까이 급락했고, 남아공 랜드는 2.5%, 러시아 루블은 1.4% 밀렸다. JP모간체이스의 신흥시장통화지수는 1.4% 하락, 2017년1월이후 1년4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다만 리라를 제외하고 나머지 통화들은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역풍을 맞아 7% 폭락했던 아르헨티나 페소는 중앙은행(BCRA)이 2시간 동안 6억달러를 투입해 환방어에 나서면서 이날은 보합세를 보였다.

신흥시장 통화 약세는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소매매출 지표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3월에 이어 4월에도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돈이 미국으로 몰렸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지표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7년만에 최고치인 3.06%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091%까지 치솟았다. 이는 4월말 기록한 최근 고점 3.03%는 넘어서는 것이자 2011년이후 최고치다. 이로인해 모기지 금리는 7년만에 최고로 올랐다. 갑작스러운 금리급등으로 뉴욕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증시는 약세였고,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3.457까지 올랐다. 런던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폴 그리어 펀드매니저는 "달러 강세로 시장이 거시경제가 취약한 나라들의 통화를 집중적으로 타깃으로 삼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국채금리 급등에 시장 출렁

전문가들은 매도세 불을 지른 건 터키 리라로 보고 있다. 런던을 방문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다음달 24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과 총선에서 자신이 승리하면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리라가 급락했다. 그는 대통령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면서 역할 확대가 일부 불편을 자아낼 수는 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중심도시 런던을 방문한 자리여서 리라 급락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을 동원한 환율방어책, 두자리수 물가 억제, 성장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다짐 등을 기대했던 외환시장은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 의지에 리라 투매에 나섰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유럽 국가신용등급 책임자 디트마르 호르눙은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통화정책 간섭은 우려사항"이라면서 에르도안의 발언에 무디스가 "다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는 특히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펀더멘털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총생산(GDP) 6%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 높은 외국 통화표시 대외 부채,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 등 경제가 취약해 투기세력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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