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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돌연 회담 취소, 믿기 힘든 비핵화 의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02

수정 2018.05.16 17:02

한미 연합훈련 핑계 대
대북 평화 환상 접어야
북한이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한다고 이날 새벽 전격 통보해 왔다. 한국과 미국 공군의 연례적 맥스선더 연합훈련을 구실로 삼으면서다. 25일까지 진행될 이번 훈련에는 미 F-22 스텔스 전투기가 처음 참가한다. 우리 측 특사단 방북 때만 해도 한.미 훈련을 문제 삼지 않을 듯하던 북한의 태도가 돌변한 셈이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한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밀고 당기기 차원의 전술 변화라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도 숨고르기가 필요할 법도 하다.
완전한 비핵화를 반대하는 군부 등 내부를 다독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런 차원을 넘은 의도된 강수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핵동결 카드로 대북제재의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핵 능력은 유지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면 그렇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담화에서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으며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할 것"이라고 한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그러잖아도 미.북 정상회담 의제조율 과정에서 북측이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국외반출, 생화학무기 폐기 등을 요구받고 있다고 한다. 고위급회담 연기가 남한을 겨냥하는 듯하면서 미국을 치는 성동격서 격 '시위'라면 미.북 간 핵담판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이 아무런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고 있는데 먼저 우리 안보의 빗장부터 벗겨내서는 곤란하다. 북 핵.미사일에 대응할 3축 체계 강화를 포함한 국방개혁안을 청와대가 퇴짜 놓았다니 하는 얘기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 북한이 마치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할 것이라고 보는 일부 당국자의 지레짐작도 문제다. 그렇다면 왜 며칠 전 미국 하원이 주한미군 감축에 제동을 걸고 나섰겠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지상과제임은 분명하다. 4.27 판문점 선언은 이를 위한 이정표다.
다만 냉엄한 현실에 발을 딛지 않고 '소망적 사고'라는 경로에 의존한다면 신기루를 쫓는 일이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남북 간 축적된 신뢰 기반 위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때만 가능하다.
지금은 김정은 정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접고 철통같은 한.미 공조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허들부터 넘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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