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의결권 자문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02 수정 : 2018.05.16 17:02
지난해 말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거대 미디어그룹 21세기폭스 인수를 성사시켰다. 인수금액은 무려 524억달러(약 57조1000억원). 아이거 CEO는 연봉 인상과 함께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보수 상정안건을 이례적으로 거부했다. 표결이 틀어진 배경에는 의결권자문사(PVA)인 ISS가 있다.
ISS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아이거가 인수합병을 위해 필수적 인물이지만 스톡옵션 부여 등은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강하다. 특히 해외 주주들이 자문사의 권고안을 활용한다. 지난 1985년 설립된 ISS는 현재 젠스타캐피털이란 사모펀드가 모회사다. 세계 최초로 의결권 자문시장을 개척해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높였다. 법률학자, 회계사,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직원 1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매년 800만건 이상의 주총 관련안건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제시한다. 후발주자인 글래스루이스도 20%의 시장을 차지한다. 의결권자문사 2곳이 세계시장의 80%를 거머쥔 셈이다.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일제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계획에 딴죽을 걸었다. 두 자문사의 권고안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합병안을 반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할 계획이다. ISS는 "분합합병건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분리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현대차그룹은 "ISS의 권고안이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16일 반박자료를 냈다.

싱가포르국립대 신장섭 교수는 "ISS의 주인은 기업사냥꾼으로 활약했던 사모펀드가 주인이었다"면서 "경영진과 투자자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객관적 권고안을 내리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 2016년). 자문사 역시 해외투자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외국인 주주들이 자문사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다. ISS는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때도 반대했다. 하지만 합병안은 주총을 통과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총은 과연 어떨까.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