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엄마 몰래 시장 따라갔다가…41년 전 잃어버린 막내딸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5:30

수정 2018.05.14 15:30

1977년 4월 부산 동래구 연산동(현재 연제구 연산동) 연산시장에서 실종된 이경미씨(당시 4세·여)/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77년 4월 부산 동래구 연산동(현재 연제구 연산동) 연산시장에서 실종된 이경미씨(당시 4세·여)/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77년 4월의 어느 날 부산에서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시장에 간 어머니를 몰래 따라나섰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에 묻혀 어머니의 모습은 금세 사라졌고 어머니는 이후 다시는 딸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제는 40대 중반이 됐을 막내딸을 어머니와 오빠는 여전히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14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이경미씨(당시 4세·여)는 1977년 4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두 오빠는 모두 초등학생이어서 학교에 가 집에 없었고 2남1녀 중 막내딸이었던 경미씨는 어머니와 단둘이 집에 있었다.

어머니는 경미씨에게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잠시 시장에 갔다.
경미씨 집은 부산 동래구 연산동(현재 연제구 연산동)으로, 인근 연산시장까지 도보로 5~10분 거리여서 어머니는 아이를 놓고 다녀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시장에서 돌아왔을 때 막내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 증언에 따르면 경미씨는 시장에 간 어머니의 뒤를 쫓아갔다. 시장에서 경미씨를 봤다는 목격자도, 경미씨로 보이는 아이를 태운 흰색 차량을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경미씨의 오빠 이모씨는 “어머니가 시장에 다녀온 뒤 동생이 집에 없어서 실종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사찰 마하사 가는 길목에 집이 있었는데 인적이 드문 동네도 아니고 시장 근처에서 동생을 봤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마 몰래 어머니를 따라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막내딸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미씨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후 가족들이 모두 나서 전단도 돌리고 TV나 라디오 등 방송을 통해서도 찾아봤지만 경미씨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한 번은 벨기에에서 본인이 ‘이경미’라고 주장하는 여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여성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으나 경미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당시에는 애들을 돈을 받고 해외에 보내기도 하지 않았나. 외국에 입양됐을 가능성이 있어 입양기관도 돌아다녔으나 마땅히 연락 오는 곳조차 없었다”며 “기관을 찾아가도 자료마저 쉽게 볼 수 없는 등 법적인 제약이 많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아버지는 딸의 모습을 다시 보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역시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해 현재는 이씨가 대신해서 동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씨는 “동생은 당시 오빠들이 몇 학년인지도 다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충격으로 전혀 기억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모든 걸 다 해봤지만 이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동생이 우리를 찾아야 한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시고 내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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