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김정은, 전격 방중] 대미협상력 높이고 차이나패싱 없애고.. 北-中 의기투합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8 17:32

수정 2018.05.08 22:06

김정은 전용기로 다롄 방문.. 40여일만에 시진핑과 또 회동
美 비핵화 기준  높이자 中과 의견 조율 나선 듯
中도 北과'전략적 동맹' 강화.. 군사-경제 對美견제 노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8일 양일간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위원장(왼쪽)과 시 주석이 다롄에서 회동하고 있는 사진이 8일 공개됐다. 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8일 양일간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위원장(왼쪽)과 시 주석이 다롄에서 회동하고 있는 사진이 8일 공개됐다. 신화연합뉴스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다롄 방문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 정세가 급변기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북.미 대화를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다. 중국 역시 급변하는 한반도 질서재편 과정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워야 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깜짝 방중에 이어 40여일 만에 또다시 파격 방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 회동하면서 북.중 관계가 과거 김일성시대처럼 밀착관계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북.중 관계 강화로 대미 협상력 제고

중국과 북한의 고위급 회동이 잦아진 것은 한반도 새 질서 수립 과정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중국을 든든한 원군으로 끌어들이고, 중국은 한반도 정세변화에서 자국이 소외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북한은 이번 다롄 회동을 통해 북.미 대화에서 다뤄질 비핵화 협의, 경제건설 추진, 대북제재 완화 관련 협상력을 높일 카드로 중국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과 회동에서 "유관 각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의 원론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탐색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북.중 회동이 다롄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다롄항 조선소에서 진수된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001A함이 금명간 시험항해를 한다. 미국의 군사력을 겨냥한 중국 전략자산인 항모가 있는 곳에서 양측이 만난다는 점에서 북.중 간 전략적 동맹이 굳건해진다는 점을 뜻한다. 북.중 정상 간 회동이 다롄의 방추이다오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곳은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이 덩샤오핑 등 중국 지도부와 은밀히 회동하던 장소다.

중국은 이번 북.중 회동을 통해 '차이나 패싱' 우려를 씻어낼 전기를 맞게 된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날 회동에서 "유관 각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역내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며 중국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은 남북 정상이 체결한 판문점 선언에서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3자 간에 연내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달 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이런 우려 속에 북.중 관계 모색을 타진한 일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과 군사적 대치 긴장감 속에서 북.중 간 전략적 동맹 강화는 강력한 대미 견제 카드가 된다.

■美비핵화 기준 상향 대응 차원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40여일 만에 중국을 또다시 찾은 것은 미국의 대북 협상 압박 기조가 높아지는 점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시간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수'가 됐다.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미 대화를 뒤집는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방중은 미국 측이 비핵화 협상의 기준을 높이는 가운데 북한이 반발하는 흐름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최근 기존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보다 더 강도 높은 'PVID(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라는 새 목표를 언급했다.
아울러 폐기대상으로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대량살상무기(WMD)를 거론하는 등 비핵화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북한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의 기술에 따라 초반에 많은 압박 카드를 내놓는 미국에 맞서 북한이 대응 카드 마련에 고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중국을 우군으로 다시 끌어들여 북.미 협상의 판을 유리한 국면으로 흔들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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