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사회적 대화에 거는 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8 17:15 수정 : 2018.05.08 17:15


5월은 노사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다가오는 시기이다. 춘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5월에는 노사관계의 안정에 대한 희망이 싹트고 있다. 민주노총이 20년 만에 '대화보다 투쟁'을 앞세운 전략을 바꾸어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노사정위원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재탄생했다.

사회적 대화가 발전하려면 경제사회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 주체들이 우리 사회에서 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서 사회적 대화가 긍정적 역할을 했으니 우리도 시도해보자는 인식으로는 안된다.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가 경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다중격차와 양극화의 심화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도입된 신자유주의 경제패러다임, 미성숙한 사회안전망, 그리고 기업별 노조체제는 지금의 다중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한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는 이러한 시스템이 파생하는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교섭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기업별 교섭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사회적 교섭은 기업별 교섭보다 훨씬 광범위한 근로자의 고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노와 사 간의 이익 균형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과 중장년 등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 있는 집단 간의 조화를 도모하고, 때로는 국가 전체 차원의 공익적 가치를 우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적 대화가 잘 발달하면 우리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어렵게 하는 다중격차와 양극화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적 대화는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대화 체계 그 자체의 지속가능 기반이 약화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대화가 경제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잘 발달돼 있는 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형평과 함께 경제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노동조합의 경제에 대한 책무감이 중요하다. 경제사회 시스템의 주체로 역할하는 이상 노동자의 권리 확대뿐 아니라 경제의 성과에 대해서도 강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조급해서는 안된다. 특히 대타협을 조기에 서둘러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에는 은연중 사회적 대화는 곧 대타협 창출이라는 인식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의 역사가 오랜 나라에서도 대타협은 경제위기 시에 드물게 이루어진다. 사회적 대화는 노사 대표의 정책 참여와 협의가 중심이다. 이를 통해 정책 결정이 투명해지며 정책의 내용이 공정해지고 노사의 정책 성공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진다. 이를 위해서 노사 대표의 정책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하고, 노사단체는 합리적 대안 개발을 위한 정책 연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대화가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원적, 다층적 대화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대책, 청년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등 정책의제별 대화체계와, 지역.업종별 대화체계를 구축해 노사 간 또는 노사정 간 대화의 문화가 산업 현장에까지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부문에서 가능한 중규모 또는 소규모 타협을 만들어냄으로써 사회적 대화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확충해나가야 한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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