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한반도 新경제시대] 99년 감귤로 ‘비타민C 교류’.. 지자체 나서니 남북 통했다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7:04

수정 2018.05.01 17:04

<하>지자체 교류사업 모델 만들어야
2010년 5·24조치로 올스톱 17개 시도 사업 재추진 모색
亞게임·축구 등 스포츠 교류 콩공장·복숭아과수원도 조성
독자적 협력사업 아직 한계.. 중앙정부 제도 뒷받침 필수
[한반도 新경제시대] 99년 감귤로 ‘비타민C 교류’.. 지자체 나서니 남북 통했다


#.1 지난 1999년 1월 제주도는 감귤 100t을 시작으로 그해 4000여t을 북한에 보냈다. 감귤은 평양과 남포를 중심으로 병원, 유치원 등에 분배됐다. 남북 관계 경색 속에서도 중단되지 않고 단일사업으로 유일하게 10년 이상 지속됐다. 감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북측은 '비타민C 영양제 대용'이라고 언급했다. '비타민C 외교'라는 평가도 있다.
이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은 '감귤사업'을 벤치마킹해 대북사업에 나선다.

#.2 강원도는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남북교류사업을 제도화했다. 지난 1998년 9월 남북 강원도 교류협력위원회 조례를 제정한 것이 시초다. 이후 지자체 중 처음으로 남북교류협력 담당자를 배정했다. 이듬해 역시 최초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했다.

남북 경제협력사업(경협)은 개성공단 등 굵직한 남북 경협 외에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남북교류협력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달리 인도적·문화적 교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물밑 교류'를 통한 '정서적 공감대' 형성에 바탕을 둔다. 하지만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정치.군사적 경색국면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한계다. 또 법적으로도 독자교류를 제한하고 있다. 민간단체와 협력을 통한 사업 추진을 할 수밖에 없다. 제도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자체의 남북교류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자체들의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들은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지자체, 남북교류사업 '물꼬'

1일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자체의 남북교류사업은 지난 1999년 1월 감귤 100t을 지원한 제주도를 시작으로 2000년 강원도가 그 뒤를 이었다. 이후 지자체들은 앞다퉈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지난 2010년 5.24 제재조치로 중단됐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17개 모든 광역 시도가 크고 작은 협력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구상 중이다. 스포츠.문화행사 초청, 학술행사, 산업단지.공장 건설, 농업 지원 등 분야도 다양하다.

강원도는 오는 6월 26∼29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한다. 최문순 지사의 방북도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개풍 양묘장 조성, 개성 한옥 보전, 개성 박지원묘를 중심으로 한 실학 학술교류 등 지역개발사업비 10억원을 편성해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전남도는 2007년 10월 준공한 평양 발효 콩공장에 이은 제2공장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충북 제천시는 북한 고성군 삼일포 인근의 사과·복숭아 과수원 조성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통일부와 협의 중이다.

■풍부한 경험이 '핵심자산'

지자체들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경험과 제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관련 제도와 관행이 만들어졌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다.

2016년 기준 17개 광역지자체와 37개 기초지자체가 북한 교류와 관련된 조례가 제정돼 있다. 상당수 지자체는 자체기금도 보유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자체 추진하면서 사업역량을 축적해온 것이다. 향후 남북교류 재개 시 지역 간 교류를 위한 충분한 역량을 보여준 것으로 남북교류의 핵심자산이다.

강원도가 추진한 산림병충해 공동방역, 방제사업과 경기도가 추진한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강원도와 경기도, 인천시는 중단된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하고, 북한에 제안했다. 현재는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지자체의 남북 경협은 빠른 의사결정과 소규모 사업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해 남북 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며 "지역 단위의 맞춤형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고,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군사 돌발변수 극복 필요

지자체의 한계도 있다. 우선 지자체 남북 교류는 당국 간 이해관계의 틀을 넘어설 수 없다.

통일부 승인이 있어야 교류도 가능하다. 정치.군사적 상황이 우선 고려된 이유다. 제도적으로도 지자체의 대북교류 사업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현재 지자체는 통일부가 1999년 10월 제정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독자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민간단체와 연계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06개의 대북지원사업자가 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북한 관련사안을 다루기는 어렵다. 중앙정부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한걸음씩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조 부소장은 "문재인정부가 지자체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고 있는 모습인데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