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 성희롱 피해자, 고통은 계속되는데..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9 13:50

수정 2018.04.29 13:50

홍익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 피해자들이 공론화 수개월이 지나고도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홍익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 피해자들이 공론화 수개월이 지나고도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운동 속에 연이어 불거진 대학 성추행·성희롱 논란이 잦아든 분위기다. 그러나 대학생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등의 성희롱 피해자들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 가해자 약식기소.. 피해자 상처 여전
29일 홍익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일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모 학과 소모임 16학번 남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제보하려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소모임 남학생들이 따로 단톡방을 만들어 소모임 여학생들을 성희롱한다는 내용이었다.
여학생의 춤 영상을 보고 ‘X(자위행위 의미)감으로 보내달라’거나 또 다른 여학생을 언급하며 ‘옆에서 애교 떨면 하룻밤 자긴 좋지’ ‘저 정도 가슴이 보기 좋지’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피해 여학생들이 이런 사실을 공론화하자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 다수는 군입대를 택했다. 이후 여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모금운동을 벌인 뒤 변호사를 선임, 단톡방 대화를 주도한 5명을 고소했다. 이중 군 입대자를 포함한 3명은 서울서부지검과 군검찰이 모욕죄를 적용, 각각 200만원의 벌금형 등으로 약식기소됐다.

그러나 학교측의 가해 학생 징계 등 후속조치는 더디고 피해자들은 당시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채 일부는 정신적 충격으로 휴학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한 피해자는 “공론화 뒤 2차 피해도 많았고 피해자인 우리가 마치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고 학교는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상벌위원회만 몇차례 열었을 뿐 법원 판결이 나와야 조치할 수 있다고 한다"며 "최소한 학교가 향후 가해자들과 같은 수업에서 마주칠 수 없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판결 등 절차 따라야"..선제조치 지적도
이에 대해 홍익대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해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학교는 행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당사자는 절차가 늦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고 학교 역시 이런 큰 사건을 덮어놓고 유야무야할 수는 없는만큼 향후 징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법무법인 한결 이유진 변호사는 현행법상 한계로 인해 단톡방에서의 성희롱을 형사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입는 정신적 충격이 크고,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수사기관이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듯 했다.
수사당국이 사회 변화에 발맞춰 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은 처벌이나 제재 필요성이 있는데도 형법상 모욕죄 등 외에는 처벌이나 제재의 법적 근거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아쉬웠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예전부터 꾸준히 발생한 문제지만 논란에 비해 교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피해자가 형사고소보다 학교 차원의 해결을 바라는 경우도 많은만큼 학교가 자체조사 후 징계할 필요도 있는데 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책임 회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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