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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유가·金마저 ‘뚝뚝’.. 고금리 미국 향해 머니무브 시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5 17:08

수정 2018.04.25 20:56

美 국채금리 3% 여파는 신흥시장서 미국으로 역캐리트레이드 본격화..신흥국 당장 이자 부담
"급등만 안하면 충격 일시적" 전문가들 제한적 영향에 무게
주가·유가·金마저 ‘뚝뚝’.. 고금리 미국 향해 머니무브 시작

미국 국채 수익률이 24일(현지시간)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뚫으면서 글로벌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주가는 폭락했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석유를 포함한 상품 가격은 하락했다.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상승세로 적어도 당분간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다만 수익률이 더 큰 폭으로 뛰지만 않는다면 이 같은 충격은 조만간 누그러질 것으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금리 기준물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일시적으로 3%를 넘어서기도 했다가 다시 내렸던 수익률이 2014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3%를 안정적으로 넘어섰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기침체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자리잡았던 수년간의 초저금리 시대가 마침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 세계 자산가격, 통화, 이자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투자담당이사 안드레아 이나넬리는 "미 국채는 언제나 전 세계 시장을 조종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전 세계 자본비용의 기준을 정한다"고 말했다.

수익률 3% 돌파는 시장을 뒤흔들었다.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넘게 폭락했고, 유가는 하락했다. 금 역시 내림세를 보였다.

신흥시장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꿈쩍않던 달러가 본격적인 오름세로 돌아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 최대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다. 미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고금리를 노리고 미국으로 자금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저금리로 인해 신흥시장의 높은 고금리를 좇아 미국에서 이탈했던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는 역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미국의 낮은 금리를 발판 삼아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던 신흥시장 기업과 각국 정부가 늘어나는 이자 비용에 등골이 휘게 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의 달러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3배 넘게 폭증해 지금은 3조달러어치에 육박한다.

롬바르드오디에르IM의 선임투자전략가 샤를 상트아르노는 "3%는 단순히 심리적인 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로 하여금 누가 금리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궁금해하게 만드는 방아쇠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이 미 경제성장 호전에 따른 것이기보다 계속되는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흥시장에는 악재다. GAM의 거시전략가인 마이클 빅스는 강한 성장전망이 수익률을 끌어올릴 때는 신흥시장에 붙는 프리미엄, 즉 미국채와 신흥시장 국채 간 수익률 격차인 스프레드가 좁혀지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나 다른 위험요인들로 인해 수익률이 오를 때는 신흥시장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 역시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수익률 상승세가 강한 경제성장에 따른 것일 경우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그 배경이 인플레이션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은 희망과 우려가 섞여 있다. WSJ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탄탄한 경제흐름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감안할 때 3% 수익률은 건전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 충격이 다른 시장으로 일파만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르메스투자운용의 선임이코노미스트 실비아 달안젤로는 "수익률이 큰 폭으로 급등하지만 않는다면 국제 시장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수익률이 급등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미 재정적자가 배경이다. 달안젤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여파로 (재정적자 충당을 위해) 국채 공급이 늘게 됐다"면서 "이는 아마도 국채 수익률 추가 상승 최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앞으로 6년 동안 국채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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