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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금융포럼] "IB, 단순투자 역할에서 벗어나 위험관리까지 주도해야"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5 17:05

수정 2018.04.25 17:21

세션3 패널토론, 사회책임투자는 새로운 기회.. 2015년 세계시장 22조달러
사람의 개입없는 AI 자문, 실패시 책임소재 고민해야
25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둘째날 행사에서 강연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25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둘째날 행사에서 강연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10년,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상품을 내놓고 고객이 맞추는 것이 아니다. 인구통계학 및 환경적 현안을 보고 거기에 근거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존 워커 맥쿼리캐피탈아시아 부회장)

"그동안 장기 프로젝트 자금 제공에 한정됐던 IB(투자은행) 역할이 맞춤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

25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패널 토론자들은 국내 IB의 역할 변화에 주목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해 IB도 달라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단순히 '기업에 장기 투자자본을 조달한다'는 표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 플레이어'로서 거듭남을 주문했다. 단순 투자회사 역할에서 벗어나 위험관리를 주도하는 종합서비스회사로의 변화다.

■사회책임투자 새로운 투자 기회로

사회책임투자(SRI)는 이런 IB의 역할 변화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투자 기회로 제시됐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위험관리를 주도하면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를 반영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말 기준 세계 사회책임투자 시장 규모는 22조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은 0.1%도 안 된다. 72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워커 부회장은 "최근 사람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이 환경오염과 고령화"라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꼽았다. 현안에 근거한 투자다. 환경을 개선해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되면서도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위험관리를 위해 시스템, 인재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투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풍력발전소를 어떤 부지에 건설하는지 등 기존 금융 쪽 업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기관과의 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을 만들 사람과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각 기관이 창의력을 발휘해 어디에 투자하고, 위험관리를 위해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맥쿼리는 최근 농협 컨소시엄과 바이오매스 분야에 상당한 지분투자를 같이 하는 등 국내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위험관리에 근거한 사회책임투자를 우호적으로 바라봤다. 안 과장은 "맥쿼리의 원자재,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는 지금 흐름과 잘 맞는 것 같다"며 "IB들은 정확한 밸류에이션(가치판단)과 리스크 분담을 하면 이런 최근 흐름에 잘 맞춰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IB가 위험관리를 적극적으로 해 다른 곳에 판매할 때 믿을 만한 근거와 자료를 제시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사업 본부장도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적극적 접근을 주문했다. 고객에 대한 인식을 바꿔 수요를 창출해보자는 것. 현재는 자문기관이 평가한 데이터로 단순히 펀드를 만들어 소매시장에서 판매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윤 본부장은 "맥쿼리에서 하는 재생에너지 관련사업은 결국 환경이라는 위험요인을 기회요인으로 바꾼 것"이라며 "우리도 그런 영역에 대해 고민하고 도전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성큼 다가온 AI, 인간과 결합이 관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은 참석자들 모두 적극 도입을 주문했다. 그동안 금융자문과 관계가 없었던 젊은 고객에게 직장 위주 서비스를 통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이다. 다만 대면 직원, 고객 등 인간과 결합은 숙제로 바라봤다.

유타 세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원 전무는 "어떤 발전, 혁신이든 IB에 있어 기회로 포착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노무라는 자문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타 전무는 IB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객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고령이거나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개인 고객은 하이테크에 익숙하지 않다"며 "인간과 기계의 기술을 결합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워커 부회장은 시장 수용도에 따라 AI 활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의무화된 연금제도 때문에 일반 민간에서 자문비용을 쓰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문인력이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곳도 있어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는 자문가에 따른 투자수익률 차이가 발생해 대화를 통한 자문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진 다음 로보어드바이저로 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와 관련,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기계 대 투자자의 대면으로는 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금융당국 또한 AI 자문으로 인한 실패와 관련,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등 소비자 보호 문제 등이 금융당국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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