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서초포럼

[여의나루] 공정한 대학입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4 17:22

수정 2018.04.24 17:26

[여의나루] 공정한 대학입시

정권이 바뀌면 입시정책은 바뀌고 또 바뀐다. 오죽하면 수시로 변하는 수시제도라는 말이 나올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겠지만 입시제도 변경으로 부당한 혜택이나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기에, 변경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가 있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담보되어야 정당성이 생긴다.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진득하게 큰 변경 없이 입시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정된 제도를 유지할 수 없을까.

입시제도의 안정과 공정성의 유지는 양립 가능하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12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사이 대학입시는 14차례 큰 변화를 거쳤다. 현재 고교 1, 2, 3학년이 모두 다른 방식의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는 중3이 대상인 2022년 대학입시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지혜롭게 지속가능한 입시제도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굴하고 담금질해서 능력을 최대한도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교육이다. 그리고 시대정신에 맞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발굴 및 육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시대에 교육을 통해 글로벌 경쟁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교육의 하향평준화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자사고와 특수목적고를 없애고 교육의 평등주의를 도입하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이다. 국가의 동량으로 키울 수 있는 영재들에게는 더 도전적인 과제를 줄 필요가 있다. 자사고에 일반고 황폐화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우수인재의 의욕을 꺾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선진국에는 그 나라의 미래를 선도하는 영재를 양성하는 초일류 교육기관이 반드시 있다.

대학입시에서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꾸준히 더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 아닐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어느 정도로 어떤 공부를 하면 되는지 예측 가능해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들도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을 통한 정시는 고등학교 3년의 노력이 단 한 번의 시험결과로 좌우됨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1년에 단 한번 치르는 시험에는 운도 중요하고 당일의 컨디션도 영향을 미치며, 시험이 지나치게 쉬우면 변별력이 부족하게 된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시는 부유층에 유리하고 경제적 약자에게 불리한 제도로 비판받고 있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와 '다양하고 정성적인 평가'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수시냐 정시냐 다툴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어떻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한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는 것은 너무 위험하므로 일단 수시와 정시 비율을 5대 5 정도로 하여 양 제도의 장점을 살리고 다양한 타입의 인재를 두루 키우는 것이 어떨까.

입시제도의 잦은 변경은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주며 사회적인 비용 낭비가 크다.
교육의 장기적 목표나 공정함이라는 핵심가치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따른 즉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대안들이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육의 목적에 집중하면서 공정한 학생선발이 보장되는 입시제도를 만들자.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