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고 성희롱·성차별 '미투' 폭로..학생들 교감·교사 4~5명 지목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4 16:58

수정 2018.04.24 17:22

학교.교육청 진상조사 착수
서울의 한 사립여고에서 교감 및 교사들이 제자들을 성희롱하고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 폭로가 나왔다. 교감은 성희롱조사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을 맡았다가 가해자로 지목되자 위원회에서 배제됐다.

24일 서울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A여고에서 이 같은 글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따라 올라왔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도 미투에 가세해 학교와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노산하면 아이 멍청해" "생리하면 도벽"

가해자로 언급된 교사들은 최소 4~5명에 이른다. 학생들은 B교사가 수업시간에 "노산하면 아이가 멍청해져서 여성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같은 발언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며 한 학생을 교무실로 부른 뒤 허리를 만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C교사는 자신의 물품이 사라지자 "이건 아무래도 생리하는 여학생이 훔친 것 같다. 여자는 생리하면 도벽이 생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안일은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남자 교감이 종종 여자화장실을 드나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학생은 "아는 것만 2번 (교감이) 여자화장실을 들어왔다. 왜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은 "(학생) 치마를 들추는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미투 움직임은 D교사가 강아지 생리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준 게 발단이 됐다는 전언이다. D교사는 평소 "예체능하는 여자애들은 미개하고 멍청하다"며 예체능 전공 여학생을 비하하거나 여성 운전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미투 폭로가 이어지자 졸업생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 졸업생은 "재학생들이 성적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목소리를 내기 두려운 상황에서 익명으로나마 용기를 냈다는 것은 그간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 파악과 징계를 요구하고 미투 지지서명을 받고 있다. 재학생들은 교내에 미투 관련 포스트잇을 붙이며 미투 지지선언에 나섰다.

■학교.교육청 진상조사…경찰도 수사

학교 측은 사태를 인지하고 117 학교폭력신고센터로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또 전교생 1000여명을 상대로 성희롱·성추행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설문에서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문항은 없었다고 항의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장이 117에 신고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매뉴얼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란에 그런 (성차별적) 내용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고, 학생들의 2차 피해도 우려돼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할 교육청은 A여고에 장학사를 파견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최후남 서울시북부교육청 과장은 "전날 사건을 인지, 학교 측에 확인조사를 지시했다"며 "학교 교감이 설문조사에서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오늘 장학사를 파견, 함께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도 지난 주말 졸업생으로부터 신고받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특정되는 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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