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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Leisure] 겨울이 훌쩍 떠난 간월재, 분홍 물결 일렁일렁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17:01

수정 2018.04.19 17:01

산과 바다, 그리고 옹기가 있는 울산 울주
봄의 끝에 만난 울주,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울산 울주 간월재 고갯마루에 분홍빛 진달래와 철쭉이 활짝 피어났다. 사진=조용철 기자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울산 울주 간월재 고갯마루에 분홍빛 진달래와 철쭉이 활짝 피어났다. 사진=조용철 기자


【 울주(울산)=조용철 기자】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울산 울주는 산과 바다, 역사 깊은 유적을 두루 갖췄다. 가지산과 신불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준령들은 '영남 알프스'로 불리며 계절마다 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여행객을 맞는다. 영남 알프스 하늘억새길은 하늘, 억새, 운무, 전망, 경관 등을 주요 테마로 한 친환경적인 순환형 탐방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영남 알프스의 속살'로 불리는 배내골은 영남알프스의 주봉들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배내골은 신불재, 금강골재 등 5개의 고개가 연결돼 있어 영남 알프스의 모든 길은 배내골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서생포 왜성 왕벚꽃나무 아래서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서생포 왜성 왕벚꽃나무 아래서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울주에선 산으로 갈 것인지, 바다로 갈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남 알프스를 둘러본 뒤 하얀 등대와 일출이 장관인 간절곶과 금빛 모래사장이 펼쳐진 진하해수욕장에서 푸른 바다를 감상하면 된다. 아이들과 함께 찾았다면 울주에 새겨진 선사시대 유적을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천전리 각석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유적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의 아픈 역사의 현장인 서생포 왜성 등 울주에는 아이들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되는 유적도 많다.

만지고, 보고, 느끼는 '체험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 울주에선 다채로운 생태.문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1950년대부터 전통 옹기의 맥을 이어온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나만의 옹기를 빚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생긴 먹거리 특구 '언양.봉계 한우 불고기 단지'에선 육질이 뛰어난 한우를 실컷 맛볼 수 있다.

간절곶에 핀 유채꽃
간절곶에 핀 유채꽃


■수려한 풍광과 역사의 아픔 간직한 '영남 알프스'

영남 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한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다. 여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겨울에는 눈꽃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묘미. 영남 알프스에는 통도사, 석남사 등 4개 주요 사찰을 중심으로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가 밀집해 있고 천연기념물 12종과 1000여종의 동식물이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식물원이라 불린다.

그중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에 위치한 영남 알프스의 조망대라 불리는 간월산은 영남 알프스 일곱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다.

깊은 계곡과 맑은 물이 흐르는 배내골의 숨겨진 비경은 흔히 '영남 알프스의 속살'로 불린다. 이 협곡은 신불산에서 영축산까지 남쪽 알프스와 밀양의 서쪽 알프스에 걸쳐 길게 펼쳐져 있다. 맑은 계곡을 끼고 펜션들이 들어서면서 피서철이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배내골이란 명칭의 유래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배나무와 연관성이 많다. 예로부터 맑은 계곡 옆으로 야생 배나무가 자생하는 경우가 많아 이천리(梨川里)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를 순우리말로 풀이하면 배내골이 된다.

배내골은 영남 알프스의 주봉들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배내골은 덕현재와 긴등재, 왕봉재, 신불재, 금강골재 등 5개의 재가 연결돼 있어 영남알프스의 모든길은 배내골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배내골은 6·25 전쟁 당시 빨치산 전투를 위해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 현장들도 곳곳에 남아있다. 6·25 전쟁 당시 전국에 퍼져 있는 빨치산 유격지구 5곳 중의 하나가 신불산 지구다. 1949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발한 남도부 부대는 몇 차례 전투를 치른 뒤 1년 만에 신불산에 도착했다. 사방이 탁트인 배내골 옥봉은 빨치산 지휘소로 사용됐다고 한다. 배내골 한쪽 봉우리에 자리한 배내골 옥봉 6각정 전망대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총사령관 남도부가 지휘소로 사용했던 곳이다. 인근에는 참호의 흔적들도 아직 남아 있다. 인근 천주교 성지인 죽림굴은 야전병원으로, 신불산 휴양림이 들어선 곳은 훈련장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빨치산들이 밥을 해먹었던 무쇠솥과 탄피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처럼 영남 알프스의 속살인 배내골은 숨겨진 비경만큼이나 뒤안길로 밀려난 현대사의 아픈 비화를 간직하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주봉이자 가장 높은 산인 가지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한다. 가지산 철쭉나무 군락은 가지산 석남터널 위에서부터 정상부를 거쳐 쌀바위까지, 그리고 밀양시와 청도군 능선까지 분포하고 있다. 철쭉 군락지와 함께 주변에는 까막딱다구리,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원앙, 하늘다람쥐, 수달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 알프스 하늘억새길은 하늘, 억새, 운무, 전망, 경관 등을 주요테마로 한 총 5개 코스 29.7㎞의 친환경 순환형 탐방로다. 해발 1000m 이상의 7개 산과 능선 곳곳에 펼쳐진 억새밭이 특히 아름답다. 희귀 동.식물 서식 습지보호구역도 찾아볼 수 있어 생명과 교감할 수 있다.

그중 1구간인 억새바람길은 '간월재~신불산 정상~신불산~영축산정상' 코스로 총 4.5㎞ 거리로, 2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간월재(왕봉재)는 배내골 사람들과 밀양 사람들이 언양 장터로 넘어가던 고개다. 신불산 정상에서 왼쪽 500m 정도에 있는 험한 능선을 신불공룡능선 또는 칼바위 능선이라 하는데, 영남 알프스에서 가장 험하고 멋있는 긴 능선이다.

진하해수욕장과 연결된 명선도
진하해수욕장과 연결된 명선도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는 간절곶

해안에 바짝 붙어 달리는 3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오르다 보면 바다 쪽으로 삐죽 내민 간절곶 등대가 보이면서 그 너머에 진하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진하해수욕장은 동해의 검푸른 파도를 피해 북향으로 살짝 비켜 앉은 지형 덕에 큰 파도도 엉거주춤 긴장을 풀고 쉬어가는 곳이다. 1㎞에 달하는 모래밭이 40m가 넘는 너비로 펼쳐진다. 백사장 뒤편에는 소나무 숲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2개의 해중암으로 이루어진 이덕도와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명선도 등 아름다운 섬과 송림, 수심이 얕은 해수욕장이다.

진하해수욕장 앞바다에선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다. 윈드서핑은 물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우리나라는 봄에는 바람을 몰고 오는 저기압이 통과하고 여름에는 해풍이 불어와 파도와 바람을 즐기는 윈드서퍼들을 즐겁게 한다. 윈드서핑은 계절 구분이 없는 사계절 스포츠다. 윈드서핑은 파도가 있는 바다에서는 웬만한 엔진 고무보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속도를 낸다. 윈드서핑의 장점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도 전문가를 만난다면 2~3시간 정도만 연습해도 일정한 세일링이 가능하고, 즐기는 회수에 따라 기량이 발전한다는 점이다.

언양불고기
언양불고기


해맞이 장소로 유명한 간절곶은 새하얀 등대와 아름다운 조각상, 거대한 소망우체통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세계 최대 크기의 소망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실제로 전국 배달이 된다.

1950년대부터 맥을 이어온 울산옹기
1950년대부터 맥을 이어온 울산옹기


■우리 민족의 멋과 기품을 간직한 옹기

울주군 온양읍에 위치한 외고산옹기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 옹기마을이다. 울산옹기박물관과 옹기아카데미관을 비롯해 전통공방과 전통가마 등 옹기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현재 옹기마을에서는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장인이 옹기를 전승,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외고산옹기마을은 1950년대 경북 영덕 오천리에서 옹기점을 하던 허덕만씨가 기존 대포가마의 단점을 개량한 칸가마를 개발해 보급하러 다니던 중 교통이 편리하고 흙의 질과 입지조건이 좋은 이곳에 옹기점을 만든 것이 시초가 됐다. 그 당시는 한국전쟁 영향으로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 피난민이 몰려 있어 옹기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옹기점만 10여개에 이르렀고 도공 200여명을 포함한 총 400여명이 이곳에서 일했다. 이때 만들어진 옹기가마 14기 중 9기가 아직 남아 있다. 옹기 제작과정과 쓰임새를 보다 쉽게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옹기아카데미관과 도기류 유물 약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울산옹기박물관, 다양한 울주 지역의 고유민속문화와 생활상을 관람할 수 있는 울주민속박물관도 볼거리다.

울산옹기축제에선 직접 옹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
울산옹기축제에선 직접 옹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


오는 5월 4~7일 외고산옹기마을에선 옹기의 멋과 기품을 만끽할 수 있는 '2018 울산옹기축제'가 열린다.
옹기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들의 생활에 긴요하게 사용된 흙으로 만든 생활용기로 김치, 된장, 간장과 같은 발효음식 저장을 기본으로 화분, 등잔, 풍로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올해 축제는 '도붓장수 옹기장날'을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외고산 옹기장터, 옹기주막, 도붓장수 깜짝 경매, 도붓장수 놀이마당 등이 축제 기간 꾸며진다. 관람객들이 옹기 제작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옹기 장난촌'도 함께 열리니 직접 흙을 만지며 밟고 놀아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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