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남북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종전선언·비핵화'...임종석, '빌리 브란트-에곤 바' 모델 언급한 배경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8 16:42

수정 2018.04.18 16: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일본 아베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일본 아베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남북이 '종전선언'을, 북미가 극비리에 접촉해 '비핵화' 논의를 타진 중인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청와대는 3자(남·북·미)또는 4자(남·북·미·중)합의 틀을 통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매듭짓겠다는 구상이다.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전환은 지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 선언에서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11년만의 재논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키 맨'인 미국을 이 논의에 적극 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관계 설정 모델로 '빌리 브란트-에곤바'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과거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그의 핵심 참모 에곤 바가 동방정책을 펼치는 서독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미국을 어떻게 대하고 설득했으며, 이를 통해 독일 통일의 초석을 세울 수 있었다는 독일 통일사의 한 대목을 복기했다. 임 실장은 "남북간 대화를 하는데 1을 공들였다면 한미간 소통엔 3이상의 공을 들였다. 남북, 북미가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풀지 못한 '근본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임 실장 발언 후 약 12시간도 채 안 된 17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종전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혔다. 현재 남북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을 핵심의제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한.미가 원활히 소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타전되자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인 평화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확인했다. 또 "(종전선언이) 남북 간 합의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3자 간, 4자 간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이라는 표현이 꼭 사용될지는 모르겠으나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합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종전선언 추진은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정상회담에서도 합의됐던 사항이나 3자·4자 논의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권 말 미국이 이 문제에 말려들 생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이었다.

미국은 이번엔 역할분담에 확실히 나선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지난달 말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핵화 의제와 종전선언 문제는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의 전략자산무기나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철회를 의지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날 춘추관을 방문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의 의미가 나라마다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와 미국,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다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간 비핵화 의제에서 주한미군 철수, 핵우선 철회 등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퇴장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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