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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재미있는 경제용어, 읽는 재미도 두배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6 17:10

수정 2018.04.16 17:10

[윤중로] 재미있는 경제용어, 읽는 재미도 두배


경제용어 중에 재미있는 것이 많다.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과는 달리 뜻을 알고 나면 흥미롭고 새롭다.

요즘 신문에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팻 핑거(Fat Finger)다. 전무후무한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 사태로 새삼 화제가 된 단어다.

팻 핑거를 직역하면 퉁퉁한 손가락이라는 뜻이다. 손가락이 자판보다 굵어 가격이나 주문량을 실수로 입력하는 것을 두고 지칭하는 말이다.
증권시장에서는 입력 오류를 통칭해 사용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뜻을 가졌지만 팻 핑거 때문에 회사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233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내몬 계기도 팻 핑거였다. 한맥투자증권은 팻 핑거로 인해 지난 2015년 400억원대 손실을 내면서 문을 닫았다.

음식을 빗대 만든 재미있는 경제용어도 있다. 소비자 고발기사에 가끔 체리 피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많은 과일 중에서 맛있는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을 빗대는 것으로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얌체 고객이라는 얘기다.

카푸치노 효과도 경제신문에서 종종 나온다. 에스프레소 위에 하얀 우유거품이 있는 커피를 말하는 카푸치노는 그 모양처럼 실제 경제상황보다 과대포장된 버블경제 구조를 빗대는 표현이다. 넛크래커는 호두를 끼워 양쪽에서 눌러 까는 도구를 말하는데,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제품경쟁을 할 때 선진국에서는 기술과 품질, 개발도상국에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노사 또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을 때 자주 등장하는 치킨게임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 유통되는 각종 채권에도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주로 해당 국가가 연상되는 이름으로 아리랑본드, 사무라이본드, 포모사본드가 대표적이다. 아리랑본드는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원화로 발행한 채권, 사무라이본드는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포모사본드는 대만 금융시장에서 대만달러 외의 통화로 발행된 채권이다.

중국 판다본드, 호주 캥거루본드, 런던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로 발행되는 불독펀드는 동물 이름을 붙인 것이다. 또 홍콩에서 발행된 위안화 채권인 딤섬본드, 뉴질랜드 키위본드는 음식 이름을 차용했다.

외환시장에 종종 '와타나베 부인' '다마 부인'이 등장한다. 와타나베는 한국에서 김씨, 이씨처럼 흔한 성으로, 국제 금융가에서 큰손 일본인들을 일컫는 용어다. 다마는 원래 중국어로 '큰어머니'라는 뜻으로 요즘은 재테크로 부자가 된 중국 복부인을 가리킨다.
요즘 글로벌 시장에서 뭉칫돈을 들고 투자하는 중국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이처럼 재미있는 의미와 뜻을 가진 경제용어가 많다.
경제용어의 의미와 뜻을 알고 책이나 기사를 읽어보자. 그러면 재미도 두 배가 될 것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 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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