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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높은 세금에 치솟는 물가…경제 갉아먹는 ‘브라질 코스트’

남건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6 17:05

수정 2018.04.16 17:05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브라질 - <2>기업하기 힘든 나라
조세부담률 GDP대비 33%..거리에는 세금계량기도 등장, 세금 피하려 현금거래 성행
갤S8 현찰 주면 31만원 싸..연방.주.시정부 과세 경쟁, 기업들 "세금개혁 최우선"
브라질 상파울루에 설치된 세금 계량기 '임포스토메트로'의 모습. 브라질 정부가 올해 거둬들인 세금이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상파울루 시민들이 지난 3월 7일 임포스토메트로 밑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남건우 기자
브라질 상파울루에 설치된 세금 계량기 '임포스토메트로'의 모습. 브라질 정부가 올해 거둬들인 세금이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상파울루 시민들이 지난 3월 7일 임포스토메트로 밑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남건우 기자

브라질 상파울루 'JK몰' 애플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 '아이폰X(텐)' 64GB 모델. 한국에서 140만원대인 이 제품은 지난 3월 8일 상파울루에선 7000헤알(약 22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사진=남건우 기자
브라질 상파울루 'JK몰' 애플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 '아이폰X(텐)' 64GB 모델. 한국에서 140만원대인 이 제품은 지난 3월 8일 상파울루에선 7000헤알(약 22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사진=남건우 기자


【 상파울루(브라질)=남건우 이태희 기자】 브라질 상파울루 구도심에는 세금계량기 '임포스토메트로'가 있다. 브라질 정부가 올해 거둬들인 세금이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파이낸셜뉴스가 브라질을 찾은 지난 3월 7일 당시 누적 세금액은 4500억헤알(약 141조원). 지켜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올라가는 전광판의 빨간색 숫자는 마치 브라질 경제를 향한 경고 메시지 같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놀랍지 않다는 듯 임포스토메트로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 밑을 지나갔다.

■경제효율성 떨어뜨리는 세금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매일 '브라질 코스트(비용)'와 전쟁을 치른다. 브라질 코스트는 높은 조세부담률, 만연한 관료주의, 까다로운 노무관리 등을 지칭하는 말로 브라질 경제성장을 막는 주범이다. 얼마 전 이뤄진 노동법 개혁으로 노무관리 부문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세금은 기업들에 여전히 큰 장애물이다.

브라질의 높은 세금 부담을 상징하는 임포스토메트로는 지난 2005년 설치됐다. 임포스토메트로를 관리하는 상파울루상업협회(ACSP) 관계자는 "브라질 국민에게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알려주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리서치회사에 의뢰해 확보한다. 임포스토메트로는 매년 1월 1일 리셋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브라질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의 33%에 달한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ACSP 관계자는 "브라질 상인들이 세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증오에 가깝다"며 "그러나 브라질 정부가 벌여놓은 공공지출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지금 목표는 더 이상 세금이 오르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세금…올라가는 물가

세금 부담은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수입품 가격이 비싸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X(텐)' 64GB 모델은 지난 3월 8일 상파울루 'JK몰'에 위치한 애플 매장에서 7000헤알(약 22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에선 140만원대에 팔리는 제품이다.

세금 부담이 크다보니 상인들은 현금가를 버젓이 적어놓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은 현금으로 사면 1000헤알(약 31만원)이나 아낄 수 있었다. 상파울루 현지 가이드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세금을 피하기 위한 현금 거래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물가상승률은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집권 시절인 지난 2015~2016년 8~9%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중도 우파 성향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물가는 잡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95%에 머물며 브라질 중앙은행 목표치인 4.5%를 밑돌았다.

■기업인 "조세항목만 수십개"

세금개혁을 바라는 브라질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웬만한 브라질 기업은 세무부서를 따로 둘 정도로 세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대기업일지라도 재무부서 안에 있는 세무팀이 세금 관련 문제를 처리한다.

브라질 중견 건설사 '테몬(TEMON)'의 알바로 호세 회장은 "현재 회사가 내야 하는 조세항목이 80여개나 된다"며 "세금을 내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조세제도 탓에 세금을 미납할 때도 있는데 이에 대한 벌금 역시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호세 회장은 같은 항목에 대해 정부 단위별로 세금을 내야 하는 중복과세 문제도 심각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호세 회장은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가 서로 예산이 부족하니 세금 항목을 계속 늘린다"며 "예를 들어 어디에 건물을 지으려고 하면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에 각각 따로 내야 한다"고 전했다.

브라질 재계 사람들은 경제가 도약하려면 세금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마스 자노토 산업연맹(FIESP) 국제무역팀장은 "브라질에선 회사가 어떤 물건을 팔아서 100을 받으면 이 중 40 정도는 세금으로 내야 한다"며 "조세제도를 단순하게 만들고 세금 부담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노토 팀장은 "지금 브라질에서 가장 필요한 건 세금개혁"이라며 "임기가 끝나가는 테메르 정부가 세금개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브라질은 올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여론조사 1위였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뇌물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면서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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