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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의회 민주당 시의원들 혹 떼려다 혹 키웠다

강근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4 01:26

수정 2018.04.14 01:39

구리시의회.
구리시의회.


[구리=강근주 기자] “정말 딱하다. 이제 화를 내기조차 귀찮다. 6.13지방선거나 빨리 오면 좋겠다. 사과를 할 것 같으면 진솔하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 잡으면 되지, 사과한다며 이러저런 핑계를 대는 꼴에 울화가 치민다. 구리시의회가 무슨 파행과 핑계를 일삼는 대한민국 국회냐.”

구리시민 강모씨(54)씨가 구리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13일 발표한 공식 사과문를 접한 뒤 내놓은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이날 구리시 조직개편(안) 유보에 대해 머리를 숙였다.
시민-공무원-지역 정가는 이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다.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더 키운 형국이 됐다.

이번 공식 사과는 민심 이반에 대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기개편안이 유보되자 구리시민은 크게 반발했고, 구리시 공무원은 술렁이며 상실감에 빠졌다. 심지어 일부 시민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시의원을 완전히 물갈이 하자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사과는 민주당 시의원들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 성향을 지닌 최모씨(47)도 강모씨와 엇비슷한 입장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사과를 하지나 말지 왜 굳이 사서 욕을 버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과에 진정성이 전혀 없고, 그저 핑계를 대기 위한 사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체 누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지 궁금하다. 주동자가 있다면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라도 색출해낼 필요가 있다”고 역정을 냈다.

구리시 공무원 임용 대기자 A씨는 “기초자치단체 시의원도 정치인 아닌가. 헌데 그들에게는 철학과 상식, 원칙이 없는 것 같다. 할 줄 아는 게 말꼬리나 잡아 책임 전가나 하는 시정잡배와 다름없어 사회생활이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실제로 민주당 시의원들은 사과에 이어 11일 구리시장이 성명서에서 “조직개편안이 의회에서 유보 결정된 것이 당리당략이며, 정당의 이념으로 편가르기를 했다”고 유감을 표명한 대목에 대해 '정치적 꼼수'라고 지적했다.

구리시 공무원 B씨도 “시장이 조직을 정비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하다. 시장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방해하는 행위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의도가 담긴 정치적 꼼수이지, 어떻게 시장의 유감 표명을 정치적인 꼼수라 치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민의 정치적 상상력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조직개편안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주민생활국장 및 구리아트홀 관장과 회계과장직을 장기 공백으로 방치한 이유에 대해 20만 구리시민과 7백여 공직자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무원 C씨는 이에 대해 “인사가 너무 잦으면 조기에 별 도움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개편을 앞둬 일부 간부직 임명 공백을 유지한 것으로 안다. 조직 개편은 가급적 모든 인력을 놓고 큰 틀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직 개편을 한다 해서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9일 본회의 협의과정에서 테크노밸리 추진단 신설에 대한 수정 제의를 한 바 있으며, 시장이 이를 즉각 거부했다"며 "테크노밸리 추진단 신설이 그렇게 화급한 일이라면 수정 제의를 수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것이야말로 테크노밸리 추진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의회에 떠넘기려는 정치적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구리시 공무원 D씨는 이에 대해 “아무리 시의원이지만 행정에 대해 너무 모른다. 행정인사는 도미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테크노밸리 추진단만 딱 떼어내 조직개편을 하기 어렵다. 일부 간부직을 공백 상태로 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더구나 상부기관이 승인한 조직개편을 어떻게 시의회 때문에 파행적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고 혀를 찼다.

지역 정가 역시 조직개편 유보에 대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지역 정치인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게 정치다. 시의원들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너무 나갔다. 설령 차기 시정을 잡을 자신감이 있더라도 상부기관이 승인한 사안조차 내가 나중에 행사하겠다고 달려들면 곤란하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 시의원들은 "임기 마지막까지 상식과 원칙에 어긋한 대규모 인사를 강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심사숙고 하겠다"며 이날 공식 사과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구리시 민주당원 E씨는 “풋내기 정치가 문재인 대통령 표를 깎아 먹고 있다. 이러다 구리시만 문재인 바람 사각지대가 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구리시공무원노조는 13일 조직개편안 유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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