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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 인기는 왜 식지 않을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3 17:33

수정 2018.04.13 17:33

[월드리포트] 트럼프 인기는 왜 식지 않을까

집권 2년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지지율이 51%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년차 지지율보다 높다고 자랑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 언론들은 그가 말한 설문조사가 보수 성향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를 일상적인 트럼프식 '트위터 허풍'이라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가 예전부터 '가짜뉴스'라고 욕하던 CNN의 지난달 26일 조사에서도 42%를 기록해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그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 45%에서 지난해 말 35%까지 떨어진 뒤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트럼프 반대 진영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를 수사하던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파면하면서 취임 1년 만에 탄핵 논의를 자초했다.
그는 여기에 전직 포르노 배우와 성추문, 각종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언론의 비난을 한데 끌어모으고 있다. 멕시코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국경장벽과 이민정책, 무역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가까운 미국인들은 그를 지지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이 '부족주의'라고 평가했다. 비슷한 문화적 배경과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부족처럼 집단을 이뤄 다른 집단과 대치할 경우 부족 내 개개인의 문제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브룩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자신의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무너지고 기존 종교적 이념이 흔들린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을 대변해 성공했으며 이후에는 공화당의 힘을 빌려 성공을 지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유한 사업가에서 '평범한 미국인의 수호자'라는 깃발을 들고 정상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공화당 지지자들을 흡수하며 지지 기반을 지키고 있다. 경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과 괴짜정책에 거부감을 나타냈던 공화당원들조차 당원이 아닌 '평범한 미국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따르는 상황이다.

지난달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결과 공화당원의 59%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보수매체인 내셔널리뷰의 리치 로리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무역전쟁과 국경장벽을 제외한 총기정책, 낙태 반대 등 보수적 사회정책들은 기존 공화당 이념에 부합한다며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진보진영의 반격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지난 1월 열린 미 그래미상 시상식은 느닷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풍자 영상을 내보내면서 9년 만에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달 인도 뭄바이의 한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지역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미 듀크대와 미네소타대는 지난해 연구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고가 닫혀있고 변화를 싫어하는 데다 절박하게 안정을 갈구하고 있다"고 주장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루이스 징갈레스 미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는 대선 직후 타임지에 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우려면 대통령 개인에 집중하지 말고 그의 지지자들이 생기게 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징갈레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결국 그를 기성 정치권에 맞서는 영웅으로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브룩 역시 올해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의 불만을 그보다 잘 대변하는 누군가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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