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위법과 관행', '도덕성 평균이하' 2가지 인사 가이드라인 제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3 11:55

수정 2018.04.13 11:55

"관료출신 임명이 무난"...개각시 민주당 출신 받기 어렵다는 점 우회시사 
민주당에 지원요청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외유성 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면 여부를 놓고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을 받으면 김 위원장을 사임토록 하겠으나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해외 출장이 당시 '관행'이었다면 해임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방침을 정했다. 김기식 원장 논란 1주일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임면 여부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현재 김 원장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심의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김 원장을)사임토록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이런 내용의 김 원장 임면 문제에 대한 입장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총 4가지 사안에 대해 선관위에 판단을 의뢰한 상태다.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게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하는 경우가 적법한 지다. 이 4가지 사안 중 하나라도 위법하다는 판정이 있으면 김 원장을 해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고지 3매 분량의 문 대통령의 입장문에선 인사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판단기준이 제시돼 있다.

첫째, '관행을 넘어 위법한가'다. 다음으로는 '관행일지라도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이냐'는 것이다. 이는 향후 김 원장 논란 뿐만 아니라 향후 개각·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에 있어 사실상 인사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행을 문제 삼은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입장문의 이면엔 현 난국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라며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예로 들고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더불어민주당 내각이라 불릴 정도로 전·현직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내각에 입각시켰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향후 지방선거 이후 있을 개각에서 더 이상 당내 인사 발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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