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리빙 리빙

'리틀포레스트'가 일상으로...도심 농부 꿈꾸는 사람들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9 08:41

수정 2018.04.19 08:41

영화 '리틀포레스트'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다. 사진=영화 '리틀포레스트' 스틸컷
영화 '리틀포레스트'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다. 사진=영화 '리틀포레스트' 스틸컷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순 제작비 15억원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15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쉽사리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삶이 관객들에게 '힐링'으로 작용한 탓이다. 주인공이 직접 키운 농작물로 정성 들여 한 끼 식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최근 영화처럼 시골을 터전으로 삼지 않아도 자신만의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게는 아파트 옥상 텃밭을 가꾸는 일부터 크게는 도시 인근에 농장을 분양받아 도시 농부로 자리 잡는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시 농업 참여자 수는 190만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15만3000명)보다 12.4배 증가한 수치다. 도시 농업 텃밭 면적도 같은 기간 104㏊(헥타르·1㏊=1만㎡)에서 1100㏊로 10.6배 확대됐다. 베란다나 자투리 땅에 직접 먹을 채소를 기르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도시 농부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전문적인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발급받아 활동 중인 사람도 529명(지난달 말 기준)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내 학교텃밭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중학교에 도시농업관리사를 파견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천도시농부학교는 도시농부가 되고 싶은 30명을 모집해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16회에 걸쳐 총 40시간 강좌를 연다. 사진=인천도시농부학교 홍보 포스터
인천도시농부학교는 도시농부가 되고 싶은 30명을 모집해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16회에 걸쳐 총 40시간 강좌를 연다. 사진=인천도시농부학교 홍보 포스터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서'..도시농부 되기 어렵지 않아
도시 농부를 위한 커뮤니티와 교육사업도 나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인천에서 거주 중인 안주희(30)씨는 친구와 함께 도시농업기초과정을 배울 수 있는 인천도시농부학교 13기에 입학할 예정이다. 퇴사 후 부모님 댁 강원도에서 지내면서 농사 일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천도시농부학교는 도시농부가 되고 싶은 30명을 모집해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16회에 걸쳐 총 40시간 강좌를 연다. 강의 내용은 밭만들기의 실제, 감자심기 및 잎채소 씨뿌리기, 작물의 생리, 자연농약 활용법 등으로 구성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업에 관심이 많은 도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젊은 농부 육성 아카데미'를 무료로 열고, 제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도와준다. 약 7개월에 거쳐 한 달에 10시간씩 강의를 제공한다. 청년들의 농업 참여가 미래 먹거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결과다.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둘째·넷째 주 토요일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등 각 지역에서 농사와 캠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가족 주말농부'를 운영한다. 도시가족 주말농부는 농장(Farm)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 '팜핑' 체험을 할 수 있다.

6개월간 '모두가 도시농부' 2기 체험단 활동을 마무리한 김정혜(가명·52)씨는 "소박하지만 베란다에서 로즈마리, 페퍼민트 등을 기르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물 좀 안준다고 하루만에 죽는 시늉을 하더니 굳세게 잘 견뎌내며 자라는 허브를 보면서 생명력에 대한 중요성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텃밭 활동과 요리 실습을 통해 땀과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들은 텃밭 활동과 요리 실습을 통해 땀과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땀과 노동의 가치 저절로 깨닫게 해주는 '텃밭학교'
좀처럼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기 어려운 도시 아이들을 위해 2015년부터 문을 연 '텃밭학교'도 주목할 만하다. 벌써 3기 졸업생을 배출한 '꿈틀 어린이 텃밭학교'는 아이들이 20주 동안 텃밭 활동과 요리 실습을 통해 땀과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건국대학교 박신애 교수가 '꿈틀 어린이 텃밭학교' 참여 전후 변화에 대해 분석한 결과, 부모와 자녀간 대화 증진, 수확의 기쁨 공유 등 텃밭활동 과정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된 것으로 밝혀졌다.

텃밭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올바른 식습관을 기를 수 있다. 농진청은 중학생들이 학교 텃밭에서 직접 기르고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해 식생활 교육을 할 수 있는 '그린푸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직 시행 전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직접 텃밭정원에서 작물을 기르고 가꾸는 원예활동과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활용하는 요리활동이 포함돼 있다.

쑥버무리, 새싹채소 현미 김밥, 통밀빵 샌드위치, 텃밭정원 샐러드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을 수 있다.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 텃밭은 학생들의 건전한 식생활 가치와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학교텃밭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학교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19세기부터 '스쿨팜(School Farm)'을 조성해 아동에 대한 식량·생활양식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학교정원을 만들고자 하는 학교를 지원하는 캠페인도 열고 있다.

미국은 '팜투스쿨(Farm to School)'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팜투스쿨은 지역사회에서 지역농업 생산현장과 학교 및 유아교육현장의 연결을 통해 아이들의 단체급식에 신선한 현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농업생산 및 조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끔 해준다.

일본도 '학교팜', '교육팜'을 운영해 학교 단위로 농원을 설치하고 있다.
심신 발육 단계에 있는 학생이 농업체험활동을 통해 생명과 자연, 환경과 식품 등에 대하여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의 한 관계자는 "텃밭 재배는 먹을거리 수확의 기쁨도 있지만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들 교육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설명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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