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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도민 삶에 집중” 무소속·선제주 '승부수'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1 18:07

수정 2018.04.11 18:12

다음주중 출마 선언…향후 정계 개편과정 적극 참여 
“자유한국당은 존립 위기”…6·13 ‘일여 다야’ 구도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좌승훈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0일 “민생과 통합의 정치의 길로 매진하겠다”며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6.13 제주도지사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앞서 원 지사는 자유한국당 복귀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대해서는 ‘정치공학적 통합’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원 지사는 탈당과 함께 출마 선언을 일주일 뒤로 미뤘지만, 다음 주면 여당후보도 13~15일 경선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원 지사를 만나 탈당 배경과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결국 탈당했다.


= 고뇌의 결과다. 마음이 착잡하지만,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추구했던 건강하고 개혁적인 정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이 원인인가?
= 바른정당이 계속 어렵게 갔다면 제가 외면하고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낮아 나갔다는 말도 있다.

=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높았던 적이 있었나? 고민의 초점은 바른미래당이 답이 없는 합당이라는 데 있다. 문제의식만 가지고 개혁정치가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원래 바른정당이 가고자 했던 개혁보수를 키우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큰 정치적 계기나 핵심요소가 빠진 채 노선과 지역정서가 다른 국민의당과 합쳐졌다. 지방선거를 위해 급조된 것 같은 기계적 통합으로는 한 발짝 나가기도 어렵다. 바른정당은 좋고, 국민의당은 안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이 다른 조합이라는 게 문제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유한국당으로 갔다
=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지 않겠다는 건 이미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혁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 몸 담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 탈당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정계 개편까지 내다본 것이라고 봐도 되나?
= 고민의 무게가 그쪽까지 가 있다.

▷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 지형이 바뀐다는 건가?
= 이대로 갈 수 없을 거라고 본다. 결국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요구가 있으면 그에 부응하기 위한 정치의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어떠한 민주국가도 한쪽 세력으로만 쏠려서는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단지, 이념정당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가령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진보나 보수로 해결되지 않는다. 달라진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려면 지금의 정당과 정치구조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 보수 단일화 같은 큰 그림도 보는 것 같다.

= 그건 결론이다. 그렇게 가려면 현재 야권에 드리워진 낡은 모습,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기득권을 청산하면서 시대를 대표하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풍토의 새로운 정당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반사이익만 기대하고,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식의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 지금의 행보도 그 연장선인가?
= 당장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제주도민의 더 나은 삶과 더 밝은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은 여기에 온몸을 던져야 할 때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노력과 결과를 갖고 정계 개편에 임하고 싶다.

▷ 무소속으로 나오면 힘든 싸움이 될 듯하다.

= 제주지역사회에서는 오히려 탈당을 권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차피 선거라는 게 후보의 능력과 역할, 정책을 보면서 유권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그 다음이다. 대한민국이 균형과 견제의 원리로 작동될 수 있게 도민들이 교통정리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 한 번 더해야 한다는 이유를 꼽는다면?
= 그동안 건설이나 부동산개발 분야에서 반발도 많았지만 난개발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어왔다. 교통과 주택문제,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신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혁신해 나가는 단계다. 안정 궤도까지 올릴 책임이 있다.

원 지사는 "제주도민의 더 나은 삶과 제주도의 더 밝은 미래에 집중해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민생 정치에 매진하겠다"며 오는 6·13 지방선거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지금은 ‘선(先) 제주, 후(後) 정당’ 행보다. 공식 출마선언은 다음 주 예정돼 있다.

아울러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원 지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바로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후보자 등록 신청기간(5월 24 ~25일)이전까지 현직을 최대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원 지사 탈당과 함께 제주도지사 선거는 일여(一與)대 다야(多野)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우남 전 의원과 문대림 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이 당내 경선을 벌이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경선투표가 진행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방훈 제주도당위원장을 공천했다. 녹색당도 고은영 전 제주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원 지사 탈당에 바른미래당도 별도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나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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