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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러스트 벨트'를 가다] 광주와 전남도의 ‘나주살리기’ 정치적 결단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0 17:11

수정 2018.04.10 17:11

<1부> 산업화시대의 지역성장전략 한계 (3)전라권, 희비 엇갈린 전주·나주
한전·협력사 직원들까지 입주하며 ‘혁신도시’로 변모
강소기업 프로젝트로 전남권 창업 생태계까지 구축
[대한민국 '러스트 벨트'를 가다] 광주와 전남도의 ‘나주살리기’ 정치적 결단


【 나주(전남)=특별취재팀】 "응급실 있는 병원이 부족한 것 빼고는 이제 얼추 도시의 모습을 갖췄죠. 한전과 계열사 외에도 협력사들이 속속 혁신도시에 입주하면서 점점 상권이 커지고 있습니다. 상가는 아직 좀 비어 있지만 아파트 입주율은 80%가 넘고 오피스텔은 100% 분양됐어요."

나주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처음 빛가람 혁신도시 조성을 시작한 3년 전만 해도 '유령도 안 사는 도시'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한국전력은 지방행을 피하기 위한 '인재'들의 퇴직 러시가 잇따랐다. 길에서 6시간 이상 버리는 고행도 마다하지 않는 출퇴근 인구가 90% 이상이었다.

이제 나주는 말 그대로 빛가람 혁신 '도시'가 됐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나주 인구는 한국전력이 이전한 2014년을 기점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11만명을 넘어섰다. 18년 만이다. 65세 인구 대비 20~39세 여성인구 비중으로 판단하는 '지방소멸 위험지수'도 '소멸위험' 단계에서 '소멸주의' 단계로 완화됐다. 인구 유출로 고심하고 있는 전남도 내 다른 지자체들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1960년대 중반 인구 25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나주는 이후 수도권에 편중된 산업화에 따른 인구 이탈 및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점점 위기를 맞았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는 2013년 8만7000여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황금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나주시 순유출은 2010년 1277명에서 2011년 1482명으로 확대됐다가 2014년 혁신도시 조성으로 순유출 늪에서 벗어났다.

나주 역시 하향식 지역균형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결단은 돋보였다. 광주와 전남도는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우지 않고 나주 살리기에 뜻을 모아 한전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광주광역시청 관계자는 "혁신도시 조성 당시 모든 지자체가 지역 간 경계에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안을 가져왔다"면서 "근데 광주는 경계지역 대신 나주에 하겠다고 했다. 이 점이 나주 선정에 큰 점수가 됐다"고 전했다.

도시를 만들어낸 한전은 광주광역시·전라남도청과 함께 행정 역할까지 거들며 나주를 에너지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전과 협력체가 함께 발전하는 에너지 신산업의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한전은 스타트업 기업 육성부터 연구개발(R&D) 제품 개발과 해외수출까지 중소기업이 필요한 모든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창업 아이디어를 현실에 맞게 발전시키고 해외진출까지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다. 한전은 2020년까지 KEPCO 스타트업 300개사를 발굴해 2년 동안 2억원 한도의 자금과 분야별 기술 멘토링, 액셀러레이터 컨설팅 등 토털패키지 보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102개사가 선정됐다.
도시 생태계 선순환에 필수인 대학 설립도 추진한다.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한전공과대(KEPCO Tech)다.
좁게는 전국, 넓게는 전 세계의 에너지 학도들을 끌어모아 나주에 산학연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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