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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러스트 벨트'를 가다] ‘소멸위험 도시’ 나주의 반전 .. 한전 이전후 해마다 인구유입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0 17:11

수정 2018.04.10 21:18

<1부> 산업화시대의 지역성장전략 한계 (3)전라권, 희비 엇갈린 전주·나주
전주 관광도시로 떠올랐지만.. 마땅한 주력산업 없어 ‘소멸위험’ 경고등
천만 관광객 몰렸지만 돈 벌어주지 못해
그나마 유치했던 효성도 일자리효과 미미
해마다 1000~3000명씩 인구 빠져나가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인근 광주에 조성 중인 에너지밸리 산단 모습.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인근 광주에 조성 중인 에너지밸리 산단 모습.


조선업 불황 여파로 일감이 줄어 일주일에 세 번만 공장을 가동하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의 한 입주기업.
조선업 불황 여파로 일감이 줄어 일주일에 세 번만 공장을 가동하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의 한 입주기업.


독일의 혁신거점도시 중 한 곳인 팩토리베를린. 사진=박소연 기자
독일의 혁신거점도시 중 한 곳인 팩토리베를린. 사진=박소연 기자


【 전주(전북)=특별취재팀】 우리나라에도 한 해 1000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지역명소 도시가 있다. 한지의 고장, 비빔밥.콩나물국밥.가맥까지 온갖 놀거리와 먹거리로 유명한 전주다. 전주국제영화제도 독립영화인들 사이에선 아카데미급이다.

전주의 겉은 화려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산업군을 형성하지 못한 전주는 젊은층의 유출로 곪아가고 있다. 관광은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음식점이나 카페 등 단순 서비스업에 머물고 있다.
지역에 돈을 벌어다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주는 소상공인이 전체 일자리의 25%를 차지한다. 전통 농업기반 도시이다 보니 막대한 인구유출에 맞닥뜨리고도 산업군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주와 함께 전라도의 한 기둥을 이룰 만큼 주요도시였던 전주는 이제 겉보기와 달리 '소멸 위험' 도시가 됐다.

■한 해 3000명씩 빠져나가는 전주 인구

"전주는 광주처럼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니까 일자리가 없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가고 있죠. 전주에서는 기아차와 삼성전자 공장을 보유한 광주를 부러워해요. 그런 곳(대기업) 아니면 알짜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하면 밥 못 벌어먹고 산다고 해요." 전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견 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기수씨(28)의 얘기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서울행을 택했다. 해마다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3000명이 넘는 인구가 순수하게 전주를 빠져나가고 있다.

애초에 산업 기반이 없다 보니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아 신산업 키우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목조르기' 식으로 유치한 기업들은 겨우 자리만 내리고 있는 상태다. "전주뿐 아니라 전라북도가 함께 어려워지면서 미래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었죠. 송하진 전북지사가 전주시장 당시 탄소섬유를 육성하기로 했고 기적적으로 '효성'을 유치했어요. 바로 다음해 탄소섬유산업의 최강자인 '도레이'가 경북에 가면서 사실상 전주엔 탄소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다 만 겁니다. 정치력에서 밀린 거죠. 전주는 내륙지방이라 조선이나 중공업과는 거리가 멀고, 살 길은 강소기업인데 생태계가 안 생기면 방법이 없습니다." 전주시청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실 효성을 유치할 때는 고용이 번쩍 늘어날 줄 알았는데 연계 고용이 더디다"면서 "당초 2020년까지 효성이 전주에 3~4개 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요즘 상황으로는 2개 정도 가동되면 다행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전주는 일자리정책 실패로 매년 고용률 꼴찌라는 불명예에 시달리지만 오히려 빠져나가는 인구를 부추긴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전라북도청 한 관계자는 "청년층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광주처럼 '행정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서 광역시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산업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아무도 이 얘길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얘기'란 전주와 전주를 둘러싼 외곽도시 완주의 통합을 뜻한다. 전주와 완주는 일제강점기 분리되기 전까지 한 자치단체였다. 전주-완주는 수차례 통합 논의가 진행됐지만 2013년 6월 혐오시설 이전, 복지 축소 등을 우려한 완주 군민의 반대로 주민투표가 부결되면서 통합이 무산됐다.

■사양길 내몰린 주력산업

그나마 전주를 지탱해온 산업은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1969년 생긴 전주 제1산업단지와 1987년 만든 2산단에는 펄프.종이제품과 전자부품.컴퓨터.영상장비 등 제조기업들이 입주했다. 사양산업군에 속한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장은 환경 이슈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전주가 외연을 확장하면서 산단이 위치한 팔복동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꼴이 됐다. 산단의 외곽 이전을 위한 추가 부지가 시급한 실정이다. 광주의 기아차나 삼성공장 부지도 마찬가지다. 전주시 한 관계자는 "과거 외곽이었던 팔복동에 주거 지역이 형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단의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외곽 이전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고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땅이 있어야 하는데 전주 도심엔 땅이 없다"면서 "새 공단을 개발해서 기업 유치해서 일자리 창출하기 위해서는 완주와 같이 땅을 가진 주변도시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북 제조업 지표는 일견 덩치를 키우는 듯 보이지만 내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2~2013년 전북지역 제조업은 3.1% 성장해 전국(1.7%)보다 높았지만 부가가치 성장률은 6.5%로 전국(7.1%)에 못 미쳤다.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진석 연구원은 "전북 업종은 자동차.기계.조선 증 우리나라 성숙기 업종으로 정보통신이나 바이오 산업 등 고부가가치산업 발전이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전주도 나가는 청년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탄소 융합 산업과 드론 등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지자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
강점인 관광과 전통예술 분야도 산업으로 덩치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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