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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 "정부 지원에 익숙해진 기업인들 나태 부패한 대기업 노조들도 경쟁력 깎아"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7:05

수정 2018.04.09 17:05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 아르헨티나 - <3>자국화폐 불신하는 국민들
정치학자 가브리엘라 오도넬 교수
[fn 해외 대기획 3탄] "정부 지원에 익숙해진 기업인들 나태 부패한 대기업 노조들도 경쟁력 깎아"


【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이태희 남건우 기자】 가브리엘라 오도넬 교수(사진)는 남미 대륙에서 부부 정치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남편 기예르모 오도넬 전 노트르담대 교수는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 개념을 내세우며 명성을 떨쳤다. 2011년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은 아르헨티나 정부에 의해 '정치학 교수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가브리엘라 오도넬 교수는 남편과 함께 오랜 시간 아르헨티나의 정치.사회학을 연구했다. 지난 3월 13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 위치한 자택에서 만난 오도넬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국가경쟁력을 잃게 된 이유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는 데 익숙해진 기업인들의 나태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비즈니스인들은 경쟁을 회피한다"며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은 버려둔 채 국가에만 의존하게 됐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경영진 아래서 직원들 역시 경쟁력을 잃어갔다. 그는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상당히 부유해지고 부패하고 있어 총체적 난국"이라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도 공장 단위의 큰 저항을 염려해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지원과 개입이 독(毒)이 돼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오도넬 교수는 긴축재정을 시행 중인 마크리 정부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단행한 연금개혁은 '무지한 판단'이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최저연금 수령자들이 받는 액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가장 위태로운 사람들을 건드린 것은 큰 실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좌파 정부의 복지정책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오도넬 교수는 "아르헨티나 무상복지에 문제가 나타난 것은 자원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한 시스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스템을 고쳐야지 복지를 조정해선 안 된다"며 "무상복지는 아르헨티나 문화의 일부로, 무상복지 없는 아르헨티나는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남미에서 '우파 바람'이 불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선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멕시코 대선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꼽았다.
오도넬 교수는 "올해 중남미 여섯 국가의 대통령 선거가 있다"며 "국민들은 브라질·칠레 선거에 관심이 많지만 나는 멕시코 선거가 중남미 전체 판세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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