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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 국민소득 한국 절반인데 원룸 월세는 70만원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7:05

수정 2018.04.09 20:48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 아르헨티나 - <3>자국화폐 불신하는 국민들
기자가 체험해 본 부에노스아이레스 물가
쉐보레 크루즈 서울보다 400만원 ↑ 빅맥세트도 800원이나 더 비싸
버스 등 대중교통은 그나마 저렴
[fn 해외 대기획 3탄] 국민소득 한국 절반인데 원룸 월세는 70만원

【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이태희 남건우 기자】 살인적 물가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 높은 물가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에서 온 기자가 직접 생활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더 직접적 비교를 위해 화폐단위는 원화로 통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득대비 주거.교통.맥도날드 햄버거 가격 등 체감물가는 서울 이상이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만5150달러, 한국은 2만9745달러다. 소득 수준에 큰 차이가 있다.


보금자리가 우선이다. 업무지구가 몰려 있는 시내 중심지 산니콜라스 지구에서 25㎡ 크기 원룸을 소개받았다. 침대, 옷장, TV 등 기본 가구도 포함돼 있다. 4층이라 치안 걱정도 덜 수 있다. 가격은 보증금 50만원에 관리비 포함, 월세 70만원이다.

서울 시내 비슷한 가격대 원룸을 알아봤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보증금 100만원, 월세 70만원 오피스텔을 찾았다. 방은 깔끔했지만, 주변 편의시설이 적었다. 멋진 공원을 끼고 있는 산니콜라스 지구만 못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중교통은 서울만큼 잘 연결돼 있지 못하다. 차를 사는 건 필수다. 쉐보레 준중형차 크루즈 1.4 터보 LT 신차를 보러갔다. 딜러는 2330만원을 제시했다. 할부로 사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같은 기종을 서울에서 알아보니 19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었다.

차 가격이 부담스럽다. 그럴 땐 대중교통 이용도 고려해야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버스 요금은 약 450원이다. 서울시 버스요금 1200원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 저렴했다. 이마저도 재작년 마크리 정부 집권 이후 두 배 정도 오른 가격이다. 최근 정부는 대중교통에 지원됐던 보조금을 차츰 줄여가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은 1500원이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 3000원의 절반이다. 그러나 주행거리당 요금 올라가는 속도는 우리나라보다 빠르다. 3㎞ 정도를 이동했을 때 서울과 비슷한 가격이 찍혔다.

먹거리 물가 비교를 위해 맥도날드를 찾았다. 빅맥세트가 7200원이다. 서울의 6400원보다 비싼 가격이다. 크기나 모양, 맛은 비슷했다.

편의점에 들러 2L짜리 물 한 병을 1400원 주고 샀다. 서울에서는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물이다. 이어 개인 카페에서 파는 커피 한 잔에 4000원을 냈다. 조각케이크는 8000원이었다.

생활 물가가 서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쌌다. 두 나라는 최저시급도 차이를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5000원인 데 비해 한국은 7530원이다.
앞서 알아본 산니콜라스 지구 원룸 월세를 내기 위해 최저시급을 받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은 하루 8시간씩 꼬박 18일을 일해야 한다. 반면 마포구 신수동 오피스텔에 살 서울 시민은 8시간씩 12일을 일하면 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돈 벌고 돈 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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