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삼성증권 사태로 한국 주식시장의 '허점' 드러났다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9 16:35

수정 2018.04.09 16:53

삼성증권 사태는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함께 한국 주식시장의 매매 시스템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나게 한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체결까지 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삼성증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주식거래시장의 대형 금융사고로 여기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이 관여된 매매 시스템의 허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얘기다.

공매도 문제도 다시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 "공매도 금지 요구에 대해서도 삼성증권 점검 후 폐지 여부 등 (사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 폐지 요구가 줄을 잇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주식매매 시스템 허점 고스란히 드러나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사태는 삼성증권의 내부 통제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수 8900만주의 31배를 초과하는 수량(28억1000만주)이 주식물량에 입고됐고 이 중 501만주가 시중에서 체결됐다는 점은 삼성증권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넘어 한국 주식 매매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도 심각한 대형사고로 인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장내에서 매도된 문제는 증권업계 처음 발생한 일"이라며 "한국 주식 시장의 문제인 만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주식거래시스템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주식시스템을 살펴보기 일환으로 우선적으로 삼성증권 특별점검 및 현장검사를 통해 내부 시스템 등을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 사태를 먼저 파악한 후 전반적인 주식 시장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을 문제의 시스템으로 지목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금감원은 동일 시스템 내에서 두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삼성증권의 시스템 구조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발행회사와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이 있는 증권사는 현재까지 삼성증권 외에도 4개 증권사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배당을 앞둔 이들 증권사들이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검사 이후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주식거래시스템 제도개선 등 구체적인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폐지로 연결되나...업계 '촉각'
삼성증권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은 '무차입 공매도'의 형태라며 공매도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증권 16명의 직원이 계좌에 입고된 주식을 보고 거래에 나선 것이기에 공매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결과적으로 삼성증권이 (배당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하게 수습이 됐지만 이번 사태를 공매도 제도와 바로 연결 시키기에는 곤란하다"며 "이번 사고를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이라기 보다 더 심각한 시스템상의 오류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16명의 직원들의 501만주 매도에 대한 결제이행일(10일)에 대비해 기관투자자로부터 주식 241만주를 차입했고 약 260만주를 장내매수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무차입 공매도'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삼성증권이 6일 착오주식의 입고를 취소하면서 직원들은 '없는 주식'을 판 결과가 됐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역시 난감한 처지가 됐다. 김동연 부총리가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증권 사태로 무차입 공매도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공매도 금지 요구에 대해서도 점검 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 대부분도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의 형태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공매도 목적으로 매도를 한 것은 아니지만 프레임 자체가 무차입 공매도 형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없는 주식이 사실상 매도되고, 시장에 유통됐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와 동일해졌다"고 설명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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