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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러스트 벨트'를 가다] 지역발전도 중앙정부가 주도.. 125조원 쏟아붓고도 실패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7:23

수정 2018.04.08 17:23

<1부> 산업화시대의 지역성장전략 한계 (1)역대정부 균형발전정책
2005년부터 투입된 국가균형발전 예산 125조원
참여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해소, MB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에 초점 맞췄지만
수도권-지역간 격차는 더 벌어져…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 내려줬어야
쇠락한 미국 북부와 중서부 제조업 도시를 지칭하는 '러스트벨트'가 한국에도 등장했다. 부자도시로 불리던 울산을 필두로 통영, 구미, 군산 등 전통적 공업도시들이 주력산업 침체와 중국의 무서운 추격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정부가 20여년 이상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지역균형발전을 모색했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붕괴하는 지역경제의 원인을 찾아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대한민국 '러스트 벨트'를 가다] 지역발전도 중앙정부가 주도.. 125조원 쏟아붓고도 실패

한국에서 지역산업발전 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이름표가 붙기 시작한 시기는 1995년 지방자치 제도 시작과 맞물린다.

당시 통상자원부는 '지방화 시대에 맞는 지역중심의 산업발전 전략 추진'을 산업정책의 한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 이전의 지역발전 정책은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에만 국한됐다. 균형발전의 관점이 아니었다.

광복 이후 지방발전 정책이 본격화된 시점은 판단 근거에 따라 1999년과 2003년으로 나뉜다. 정부는 1993년 1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산업진흥' 정책을 선보였다. 대구는 섬유, 부산은 신발, 경남은 기계, 광주는 광(光)산업을 특화했다. 이 사업은 2002년 13개 지역으로 확대됐고 2003년에는 '포스트 4+9 지역전략산업육성사업'으로 진화했다.

연간 예산은 5000억~1조원이 투입됐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 4대 지역 전략산업 지원에서부터 2015년 경제협력권 산업 육성사업까지 16년 동안 지역산업정책 명목으로 10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지역균형발전이 국가적 의제로 격상되면서 지역발전 정책이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추진됐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때를 한국 지역발전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 예산도 대폭 투입됐다. 2005년 시작된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로만 지원된 예산은 올해까지 125조원 규모다. 지역사회기반시설 확충 등 중앙과 지방의 격차 해소에만 들어간 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합의된 기준의 예산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며 "SOC사업이나 혁신도시, 지역 산업단지 조성 등 모든 것을 고려하면 지난 20여년간 그 규모는 굉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정책, 균형정책, 산업정책을 추진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10개의 혁신도시, 6개의 기업도시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명박정부는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취약을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시·군 단위의 균형, 산업정책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했다. 이명박정부의 광역경제권 중심 지역발전 정책이 대두된 이유다. 당시 7개 광역경제권을 대상으로 선도산업 지정 및 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재정의 권한도 지역으로 대거 이양했다.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를 도입했고 중앙정부가 보유한 인허가권 일부도 지방으로 넘어갔다.

박근혜정부는 삶의 질 관점에서 지역 문제에 접근했다. 지역주민의 낮은 행복도와 삶의 질 향상을 지역발전 정책의 목표로 삼았다.
지역행복생활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 교육여건 개선 및 창의적 인재 양성, 사각 없는 지역복지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두희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연구실장은 "중앙정부는 심판의 역할을 하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선수로 뛸 수 있게 많은 권한을 지역에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병철 차장(팀장) 김아름 김용훈 예병정 박소연 장민권 기자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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