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리빙디자인 강자를 만나다] "구리로 만든 '현미 압력밥솥' 잘나가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7:03

수정 2018.04.08 17:03

(4) '쿠퍼' 브랜드 문화통상 이운학 대표
10년새 매출 10배이상 늘어.. 약 50년 압력 밥솥 한우물
이운학 문화통상 대표가 8일 서울 선릉로 문화통상 본사에서 구리로 만든 현미 밥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뚜껑에 따라 냄비와 밥솥이 호환된다. 사진=김범석 기자
이운학 문화통상 대표가 8일 서울 선릉로 문화통상 본사에서 구리로 만든 현미 밥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뚜껑에 따라 냄비와 밥솥이 호환된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 달 역대 최대 관람객이 찾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구리로 만든 컵을 매달아 발 형식으로 꾸민 부스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 최초 구리 쿡웨어 '쿠퍼'의 부스였다.
고급스러운 색깔과 디자인이 언뜻 세련된 유럽 최신 리빙 브랜드로 보였다. 하지만 쿠퍼는 외연만 아니라 내공까지 갖춘 국내 중소기업이다. 1971년 설립돼 50년 가까이 압력 밥솥이라는 한우물만 파온 전통 리빙기업 '문화통상'의 대표 브랜드가 바로 쿠퍼다.

8일 서울 선릉로에 위치한 문화통상 본사에서 이운학 대표와 마주했다. 이 대표는 국내 밥솥 업계의 산증인이자 그 자체로 '장인'이었다.

이 대표가 값비싼 소재의 구리로 밥솥을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전국민이 현미밥을 생활화했으면 좋겠다'는 일념에서다.

양질의 현미밥을 얻으려면 고압력의 밥솥이 필요했다. 스테인리스는 위생이 뛰어나지만 압력이나 온도를 잡아두지 못한다. 무쇠는 열전도율은 높지만 무겁고 녹이 잘 슨다는 단점이 있다. "알루미늄처럼 가볍고 스테인리스처럼 깨끗하면서 무쇠처럼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는 구리였죠." 이렇게 구리 밥솥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왜 현미일까. 충청남도 홍성 출신인 이 대표는 1960년대 농촌 재건 시대, 풀무농업중.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우리 농업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고 국가적인 농업 진흥 정책을 펼칠 때다. 이 대표가 다닌 학교에서도 우리 먹거리를 위한 농업 또 농업을 강조했다. "당시에는 젊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바쁘니까 도시로 왔죠. 저도 그랬어요. 농업에 종사하지 못한 게 못내 마음 한 켠에 빚으로 남았던가 봐요."

23세가 되던 해 그는 외판원으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주방용품과 압력솥을 팔았다. 2년 쯤 지나 그의 인생을 바꾼 사람을 만났다. '기적을 낳는 현미'의 저자 정사영 박사다. 이 대표에게 '현미 밥솥을 만들어 파는 의사'인 정 박사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농사도 국민 건강을 위해서 짓는 건데 냄비 장사를 하더라도 건강한 현미밥을 위한 밥솥이라면 농사에 대한 미련을 털 수 있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이 대표의 '밥솥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 길로 직접 현미 밥솥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의 나이 27세 때다. 알루미늄 소재 패킹 압력 밥솥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았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1980년대 중반에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시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밥솥 소재를 스테인리스로 바꾸되 주안점을 현미밥에 두고 압력을 높이는 기술을 찾았다. 그 때 생각한 것이 구리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다른 소재와 비교할 수 없이 좋지만 워낙 고가인 탓에 주방용품에 잘 쓰이지 않았다. "밥솥 밑 부분에 구리를 붙였어요. 오직 현미밥을 맛있게 만들기가 목표였죠."

휘슬러 등 유럽 밥솥들도 국내 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하지만 유럽 밥솥들은 내부 온도와 압력이 유럽 주식인 감자나 고기를 찔 정도에 머물렀다. 현미밥을 위해서는 더 큰 압력과 온도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비싸지만 건강한 밥솥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고민에 부딪힌다. 1990년대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으면서 이 대표의 고민은 확신이 된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 대표를 북돋아줬다. 국민소득이 오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발병률이 높아졌고 웰빙 열풍이 불었다. 현미 밥솥 한우물을 파온 이 대표의 제품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2000년 이후 웰빙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현미밥이 각광 받았죠.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직판에 나섰고 전시회를 다니면서 홍보했어요."

문화통상은 2000년 연매출 3억원에서 2010년엔 12억원, 지난해엔 50억원으로 덩치를 불렸다. 10년 만에 10배 이상 매출이 늘었고, 특히 최근 5년새 3배 뛰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대표의 목표는 뚜렷하다.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한우물을 파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품질입니다.
50년 가까이 된 회사는 경험이 풍부해요. 어떻게 만들어야 소비자가 좋아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가격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

이 대표는 "곧 다가올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는 국민들이 구리의 힘으로 비만, 고혈압에서 해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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