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거는 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6 17:31 수정 : 2018.04.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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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로 화제가 됐던 한 카드회사 광고를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카피 문구는 일에 지친 직장인에게 여가와 삶의 질이 중시되는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누구나 일과 여가의 균형적인 삶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것이지 일이 우리 삶에 최우선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제공된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16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평균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14.2일, 사용일수는 8.6일, 미사용일수는 5.6일로 연차휴가의 약 60%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연차휴가 부여일수가 매우 짧은 반면 미사용률은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한다.

휴가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시간적 요인, 심리적 요인, 경제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꼽히고 있지만 마음 놓고 휴가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기업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선진국은 대부분 이미 근로자 휴가문화를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면서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체크바캉스'를 들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국내여행 경비를 공동으로 부담하고 체크바캉스기금(ANCV)이라는 프랑스 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 가입된 근로자에게 여행에 필요한 교통, 숙박, 관광지 등에 대한 폭넓은 할인 혜택 및 우선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체크바캉스 가입 근로자는 2013년 기준으로 약 400만명에 이른다. 할인 폭은 호텔·캠핑 등 숙박시설 31%, 식당 29%, 철도·항공·선박 등 교통수단 24% 등으로 파격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근로자와 기업이 여행경비를 적립하면 정부가 추가비용을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오는 20일까지 중소기업 대상으로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참여 근로자는 적립금을 전용 온라인몰에서 내년 2월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한국관광공사에선 숙박, 교통, 관광지 입장권, 패키지 등 국내여행 관련 상품을 예약·결제할 수 있는 전용 온라인몰을 6월 오픈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서 2014년에 '근로자 휴가지원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10만원을 보조하고, 기업이 10만원을 부담하면 근로자가 자비 20만원을 더해 총 40만원의 휴가비를 만드는 형태로 시행 당시 180개 업체 2523명이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예산 부족,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한 홍보 부족, 관련 부처.기관과의 협의 부족, 기업의 이해 부족 외에 지속성 미담보로 인한 기업의 가입 부담, 휴가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흡 등으로 인해 2015년에는 한국형 체크바캉스가 시행되지 못했다.

많은 선진국에선 최고의 컨디션에서 최상의 노동이 나온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하더라도 기업 생산성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어렵사리 다시 출발하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세계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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