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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이 공연] 보스 드림즈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7:19

수정 2018.04.05 17:19

보스의 그림이 서커스로
[yes+ 이 공연] 보스 드림즈


"기괴함의 거장, 무의식의 발견자."

심리학자 칼 융이 이렇게 칭한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미술사상 가장 신비로운 화가로 손꼽히는 그의 그림이 환상적인 애니메이션과 아름다운 아크로바틱을 통해 무대 위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캐나다 서커스 단체 '세븐 핑거스'와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 앙쥐 포티에가 협업해 만들어낸 독특한 공연 '보스 드림즈'(사진)가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보스는 15세기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색채와 기괴한 그림체로 천국과 지옥, 인간의 욕망과 타락 등을 표현해 20세기 초현실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그의 생애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작품 또한 동시대 다른 화가들의 경향과 뚜렷한 차이가 있어 미술 역사상 가장 신비에 싸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멀티미디어 서커스 '보스 드림즈'는 보스가 살았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 불멸의 화가의 삶과 작품에 숨겨진 에피소드를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이 공연은 보스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보스재단의 의뢰로 제작됐다.
지난 2016년 9월 덴마크에서 초연된 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투어하며 유럽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파리의 라 빌레트 야외 무대에서 3주간 1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다.

'보스 드림즈'에는 '쾌락의 정원', '건초수레', '일곱 가지 죄악과 사말', '바보들의 배' 등 보스의 대표작이 등장한다. 이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쾌락의 정원'은 15세기경에 그려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색감과 복잡한 구성, 기이하고 독특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세 폭 제단화로 오늘날까지도 미술사가들의 해석이 가장 분분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천국과 지상, 지옥으로 보이는 배경 속에 커다란 딸기를 나눠 먹는 나체의 인간들, 조개 껍질 속에 담겨 운반되는 생명체, 땅과 하늘을 가득 채운 괴물과도 같은 상상 속 동물들까지 자세히 살펴볼수록 놀라운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공연이 시작하면 보스에 대한 연구로 평생을 바친 한 교수가 열정적인 강의를 시작한다. 그는 보스의 걸작 '쾌락의 정원'을 커다란 스크린에 투사한 채 작품의 숨겨진 의미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강의가 한참 이어질 때 쯤 스크린 속 보스의 그림이 애니메이션으로 변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애니메이션은 다시 무대 위의 배우, 세트와 겹쳐진다. 독특한 분장을 한 배우들은 저글링, 핸드 밸런싱, 공중그네 등의 서커스 기술을 활용해 그림 속 환상적인 세계를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 보인다.

이 공연에는 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진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미국의 록 그룹 '더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의 캐릭터도 등장한다.
평생 보스에 대한 존경과 질투를 동시에 드러냈던 살바도르 달리는 공연 전반부 콧수염의 중년 신사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미술관에서 보스의 그림을 보다가 갑자기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 초현실적인 여행을 시작한다.
보스의 그림 '바보들의 배'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던 짐 모리슨 또한 공연 중반부 등장해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공연은 6~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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