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료교수들이 성폭력 교수 징계?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5 17:12

수정 2018.04.05 17:12

연세대 성희롱 교수 조사..같은 과 교수로 위원회 구성, 조사 부실하게 진행돼
일부 대학 학생 참여시켜 징계위 투명하게 운영
최근 '대학가 미투(MeToo. 나도 말한다)'가 대학들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수들을 조사하는 교내 위원회가 동료 교수들로 구성돼 자정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 같은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을 징계위원회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교수끼리 감싸주기'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39건 중 대학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신고가 13건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초.중등학교 20건, 기타 6건이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 비중은 교육기관들 중 가장 높은 편이지만 교육부는 사립대학 교수에 대해서는 징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사립 대학 교수에 대한 징계권은 대학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사립 대학이 교수를 조사하기 위해 꾸리는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교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조사가 미진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연세대학교는 최근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는 철학과 K교수를 조사한 인사위원회에게 '기관경고' 조치를 취했다. 해당 위원회가 미진하게 조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회는 철학과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앞서 연세대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대자보를 통해 K교수가 "술자리에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지"와 같은 성희롱 발언을 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학생들은 해당 인사위원회 소속의 한 교수가 K교수에게 조사 내용을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성희롱이라고 느꼈냐"고 질문하는 전화 조사 녹취록을 K교수가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교내 성평등센터에 K교수가 대학원 수업 중 해당 녹취록을 학생들에게 들려준 사실이 신고됐다.

상황이 이렇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조차 믿을 수 없다'는 성토가 터져나오고 있다. 피해 학생 관계자는 "친한 동료끼리 작정하고 공모하고 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신원 특정도 이미 끝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학생들이 뭘 믿고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학생이 참여하는 위원회 출범

논란이 있는 교수에 대한 대학의 신속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학생을 징계위원회에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구성한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는 지난 4일 회의를 통해 "성비위 사안에 한정하여 대학징계위원회에서 추천하는 학생 1명 이상 위원 임명 추진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 외에도 여성위원 30% 이상 포함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는 데다 의견 수렴부터 법 개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에 공정한 조사를 직접 요구하고 나서는 중이다. 성희롱 발언으로 정직 3개월 처분만 받고 최근 복직한 교수에 대해 항의해 오던 서강대학교 학생회측은 "조사.심의 과정에서 학생 참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징계위원회 등 내부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학교와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이미 심의위원회에 학생을 포함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이화여자대학교 예술조형대학 B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자 학교는 성희롱심의위원회에 학생위원 2명을 위촉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성추행 의혹이 나온 지 17일 만인 지난 4일 해당 위원회는 '해당 교수의 성추행 행위가 인정됐다.
K교수 파면을 권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화여대 측은 "징계권한은 없지만 총장을 거쳐 징계위원회로 넘어가면 해당 결론을 바탕으로 징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건전한 학교문화를 위해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와 동시에 교육부도 대학 성폭력 신고.상담센터 운영을 통해 성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처리 현황 등을 조사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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