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사 면접 보러 갔더니 "결혼은 언제쯤?" 출산 부담된다며 여성 응시자 탈락 시켜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4 17:01

수정 2018.04.04 17:01

[fn스포트라이트 일상속 성차별] <4> 유리천장에 임금.승진마저 차별받는 여성
가스公 점수 조작해 합격권임에도 7명 '아웃'
336개 기업 여성임원 '0' 임금·인사상 차별외에도 외모평가·성희롱 빈번
미투 번지자 '펜스룰' 등장, 남성중심문화 바꿔야되는데 오히려 여성들 배격해버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달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마련한 '성평등 노동 의미 찾기' 게시판. 이 곳에는 '유리천장, 임금차별 X'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달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마련한 '성평등 노동 의미 찾기' 게시판. 이 곳에는 '유리천장, 임금차별 X'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결혼은 언제 할 건가? 우린 오래 일할 사람 필요한데."

요즘도 많은 여성들은 구직활동을 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면접에서 육아와 출산으로 업무가 단절된다며 여성지원자 점수를 조작, 합격권이었던 여성 응시자 7명을 대거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특별검사에서 남녀 차등채용이 이슈로 떠올랐다.

여성들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정작 사내에서 임금과 승진 등에서 또 다른 형태의 성차별을 겪는다.
최근에는 미투(MeToo, 나도 말한다)의 반작용으로 '펜스룰'이 떠오른다. 여자와는 같이 일하지도, 말도 섞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여성들은 이래저래 난처한 상황이다.

■남녀간 임금격차 OECD 1위…여성임원 2%뿐

우리나라의 남녀 평균임금 격차 심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남녀 평균임금 격차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37%로 가장 컸다. OECD 회원국 평균 16%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성별 임금격차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남녀 임금차별은 세계적인 여자배구 스타 김연경 선수가 국내 프로배구의 새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선) 제도를 비판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김 선수는 "여자 샐러리캡은 14억원(향후 2년간 동결)인 반면 남자 샐러리캡은 25억원(1년에 1억원씩 인상)이다. 또 여자선수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까지 추가했다"며 "왜 점점 좋아지는 게 아니고 뒤처지는 것일까. 이런 제도라면 나는 한국 리그가 아니라 해외에서 은퇴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은 연봉뿐만 아니라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5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에 따르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7%에 불과했고 336개 기업에는 여성임원이 1명도 없었다. 2014년 2.3%, 2015년 2.4%와 별 차이가 없다. 공공부문에서 '여성장관 30%' '공공기관 여성임원 30%' 선언에 민간기업은 10%도 버겁다.

임금, 승진 등에서 여성차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 영국에서도 여성 하원의원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성별 임금격차에 항의하고 기업에 해결책을 요구하는 '페이미투(PayMeToo)'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남녀 임금차별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에 남녀 간 부당한 임금차별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강제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수시로 외모평가.성희롱…펜스룰까지

임금·인사상 차별뿐만 아니라 수시로 외모평가와 성희롱 등에 노출되는 게 많은 직장 여성들의 고충이다. 화장을 안하고 출근하면 "예의 없고 기본자세가 안 됐다"거나 "OO씨는 약간 글래머라 남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인데 살만 좀 빼면 돼" "다리를 보니 흥분된다" 등 외모평가나 성희롱을 당했다고 여성들은 토로한다. "여자가 분위기 나게 애교 좀 부려라" "손님 왔는데 커피 타 드려" "이래서 여자는 안 돼" 등 성별 고정관념을 당연시하는 발언을 접하기 일쑤다.

대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는 "사내 상급자의 술접대에 동원됐다"는 여성 직원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면서 동원 의심을 받는 여성임원이 사표를 냈다. 사건 발생 당시 해당 조직 관계자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 회사에 근무한 A씨는 최근 퇴사 과정에서 부서 여성 상사 B씨가 남성 상사들을 만나는 술자리에 자신을 포함한 부서 여직원들에게 참석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술까지 따르게 했다고 진술했다. 또 여직원들을 노래방에 함께 데려가 남성 임원들과 춤을 추도록 했다는 것이다.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여성을 업무 등에서 배제하는 직장 '펜스룰' 현상도 우려된다. 펜스룰은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부인을 제외한 여성과는 단 둘이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 비롯됐다.


한국여성민우회 서지영 활동가는 "미투운동을 의식해 여성들을 또다시 배제하는 것은 문제 해결방안이 아니고 사내 남성 중심 문화를 바꾸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은행권 채용에서 드러났듯 여성은 채용 단계부터 배제되고 있는 데다 남녀 임금차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시행하는 임금공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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