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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1탄] 세혜택 늘려 車.유통산업 육성…韓기업엔 '보이지 않는 허들'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18

수정 2018.04.03 21:16

[포스트 차이나를 가다] 베트남 <5.끝> 자국기업 보호 움직임 확산
고부가가치산업에 눈돌려라
외국자본 제조업 투자 감소세, 한국은 여전히 70% 웃돌아
유통시장은 中에 쫓기는 상황
친기업 정책은'새로운 기회'
정부, 한국기업과 관계 원만.. 행정절차 등 고충에 귀기울여
"투자매력 더욱 높이기 위해 인프라 구축·인력교육 확대"
베트남 정부가 최근 세제혜택 등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성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노이 시민들이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세제혜택 등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성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노이 시민들이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하노이(베트남)=오은선 권승현 기자】 최근 베트남 기업인 빈그룹의 자동차 제조업 진출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베트남 정부가 최초의 국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빈그룹에 대해 수출입 관세, 토지 임대세, 특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일본의 도요타와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시장점유율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1위 도요타는 지난 2015년 정부에 특별소비세 인하,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이 없다면 현지에서 철수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다. 베트남 코트라 관계자는 "현지 자동차시장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빈그룹의 등장은 외국기업으로서는 충분히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자국기업 보호 움직임은 유통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베트남 정부가 지분을 가진 '꿉마트'와 부동산 재벌인 빈그룹의 '빈마트' 역시 정부의 보호 아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외국 유통기업들은 비싼 토지 임대료, 깐깐한 수입품 허가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강민호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은 "적극적인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외국 유통기업에 허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이 변화하고 있다. 외국자본이라면 덮어놓고 환영하던 시기는 지났다. '베트남시장은 이미 포화'라는 이야기가 투자시장에 떠도는 이유다. 해소되지 않은 문제점도 남아 있다. 편중된 투자분야와 열악한 인프라, 고급 노동력 부족 등은 여전히 시장 진출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fn 해외 대기획 1탄] 세혜택 늘려 車.유통산업 육성…韓기업엔 '보이지 않는 허들'


■"제조업 중심 투자 탈피해야"

한국의 대베트남 투자분야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여전히 제조업이다. 문제는 베트남에서 제조업 투자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직접투자 제조업 비중은 2013년 77%, 2015년 67%, 2017년 11월 45.1%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베트남 투자 중 제조업 비중은 여전히 70%를 넘는다. 윤주영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장은 "최근 베트남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 스타트업 등에도 외국인 투자를 반기고 있다"며 "보다 다양한 산업으로 투자 분야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의 소비재 시장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CJ그룹 등 오프라인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선전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중국은 베트남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텐센트의 징둥닷컴은 베트남 온라인 유통업체 'Tiki.vn'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알리바바그룹은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자다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베트남 온라인시장 선점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베트남에서 유행하고 있는 생활용품 잡화점 브랜드 중 중국계 기업 3개는 모두 브랜드명에 한글을 사용하며 한국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베트남 투자 확대 행보는 내수시장 선점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열악한 인프라도 걸림돌

열악한 인프라는 베트남 시장의 최대 단점이다. 도로, 항만,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 공급이 외국인 투자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비용을 대부분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및 공적개발원조(ODA)로 충당하고 있어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본은 화력발전소.석유.가스관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베트남 투자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은 총 91억달러를 투자하며 대베트남 투자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ODA를 통해 베트남 인프라 프로젝트 비용을 지원하고 일본기업이 이를 수주하는 형태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BMI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인프라.건설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0.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LS전선아시아가 전력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인프라 투자는 미미하다.

인력의 질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노이 및 호찌민 인근을 제외하고는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중간관리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채용직원 자체양성, 기숙사 제공 등 인력관리에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 베트남 진출 1세대로 꼽히는 한 제조기업 CEO는 "따로 교육기관을 만드는 등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이직률이 높은 베트남 노동자 특성상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애로 해소 팔걷은 베트남 정부

다만 베트남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외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인식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점은 기회요인이다. 지난달 9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황각규 롯데 부회장을 만나 투자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쑤언꽝 베트남 투자청 부청장은 "한국 기업들과 베트남 정부의 만남이 잦은 편"이라며 "한국 기업.기관들의 고충은 바로 총리에게 보고되기 때문에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제도와 규정이 불명확해 공무원의 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불편함과 복잡한 행정절차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2017년 7월 사법부를 시작으로 2018년 2월 말에는 정보통신부까지 총 18개 행정부처 및 기관이 행정절차 및 서류 간소화를 위한 결의안을 발표한 상태다.
당 부청장은 "베트남 정부는 외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인프라 구축, 인력교육, 지식재산권 보호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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