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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1탄] 23년째 베트남 한우물 파는 도요타..하루 4대서 현재 160여대 판매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1 16:57

수정 2018.04.01 16:57

[포스트 차이나를 가다] 베트남 <4>
소형차 특소세 인하
중산층 가구 늘어나며 작년 5만9000대 기록
[fn 해외 대기획 1탄] 23년째 베트남 한우물 파는 도요타..하루 4대서 현재 160여대 판매

【 하노이(베트남)=권승현 기자】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의 도로는 헬멧과 마스크를 쓴 오토바이 운전자들로 꽉 차있다. 통계상으로 베트남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오토바이를 갖고 있을 정도다. 대중교통 시설이 부족한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다.

반면 자동차 보급률은 3% 남짓이다.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도로 위 자동차 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이런 베트남에서 오직 미래 가능성만 바라보며 23년째 묵묵히 걸어가는 자동차 기업이 있다. 일본의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 1995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일본 기업들 중에서도 선두격이었다.

도요타 베트남 법인의 팜안뚜언 전략기획부 본부장(사진)은 3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요타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베트남 시장을 보고 있다"며 "베트남 법인의 철수는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 베트남인들이 오토바이를 일컬어 '혼다'로 부르듯, 자동차 역시 '도요타'로 통용되게 하겠다는 각오다.

■1日 판매량 4대→162대…중산층 증가.정부 정책 영향

팜 본부장은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증가한 덕분이다. 도요타가 베트남에 진출한 첫 해, 하루 판매량은 약 네 대였다. 그랬던 도요타가 지난해 5만9000대 가량을 판매했다. 하루에 160여대를 팔아치운 셈이다.

실제 베트남 자동차생산자협회(VAMA)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판매된 자동차 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6년엔 역대 최대치인 30만4427대를 기록했다. 다음해인 2017년엔 27만2750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2015년보다는 높은 판매량을 나타냈다.

베트남 정부도 자동차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해 자동차에 고율의 세금을 매겼다. 예컨대 수입 자동차의 경우 5인승 신형 자동차를 기준으로 수입관세 90%, 특별 소비세 50%, 부가가치세 10%를 부과했다.

그랬던 정부가 지난 2016년 1500㏄ 이하의 소형차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을 인하했다. 팜 본부장은 "소형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부유한 사람들만 차를 살 수 있었지만 요즘엔 중산층도 차를 살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베트남에서 1년에 2만여대의 소형차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에 날 세우면서도…접기엔 아쉬운 베트남 사업

도요타는 지난 23년 동안 베트남에서 여러 난관을 겪었다. 지난 2015년 도요타는 베트남 정부에 세제 지원이 없다면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베트남이 올해부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에 적용하던 자동차 수입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면서다.

당시 도요타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특별소비세 20% 인하, 법인세 감면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만약 베트남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2020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1만3000대로 축소하고 2025년에는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팜 본부장은 "베트남에서 생산한 차량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이 0%가 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투자 확대에 대해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팜 본부장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법인 철수 가능에 대해 "도요타는 베트남 정부와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도요타 입장에서도 베트남 사업을 접으면 너무 아쉽다"고 언급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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