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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 "마두로 물러나도 희망 없다" 가족 지키기 위해 조국 떠나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6 17:07

수정 2018.03.27 14:11

<4> 베네수엘라-최악의 엑소더스, 떠나는 이들의 눈물
"현재 베네수엘라는 생명에 위협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민을 선택했습니다." (후안 렙앨론.29.취업준비생)

"이민은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크리스탈 카시에라.35.스페인어 가정교사)

카라카스(베네수엘라)=김문희 김유아 기자】 생존을 위해 엑소더스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베네수엘라 현지인들은 악화되는 조국의 현실에 괴로움을 낱낱이 드러냈다. 경제를 비롯해 거의 모든 사회 시스템이 무너져내린 베네수엘라에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희망만 걸어두고 떠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희망 찾아 떠나는 20대 청년

지난 1일 베네수엘라 현지에서 만난 20대 청년 후안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후안씨는 현지시간 26일 기회와 희망을 찾아 코스타리카로 이민을 떠난다.
그는 "나 자신도 조국을 이렇게 떠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국민은 희망을 잃었고, 매일 악화되는 상황에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적응해 나가려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국민들이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지만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다"면서 "반정부 시위에도 참여해봤지만 권력을 남용하는 군인들로 인해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고 지난해 반정부 시위 당시를 떠올렸다.

차베스 정권은 그가 8살이 되던 해 들어섰다. 당시 그는 베네수엘라가 현재 상황만큼 악화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마두로 정권이 물러난다 해도 다시 예전처럼 경제와 산업이 정상화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쿠바도 피델 카스트로 정권이 이양됐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것처럼 다시 베네수엘라가 정상화되기까지 이곳에서 버티는 것보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그는 말했다.

아이들을 위해 이민 계획 중인 30대 부부

또 다른 베네수엘라 가정은 아이의 교육과 안전을 위해 이민을 선택했다. 크리스탈씨는 베네수엘라 중산층 수준에 속하는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와 여행사를 운영하는 남편 에이커 얀티스(36)는 두 딸을 위해 이민을 계획 중이다. 에이커씨는 "베네수엘라인들 가운데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어 이민을 택했다는 크리스탈씨는 "나는 내 조국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떠나야 하는 현실에 감정이 북받쳐오른다"면서 품에 둘째 딸 이바나를 안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생활용수로 국가에서 정한 시간마다 물을 받아 탱크에 사용하고 있지만 물이 자주 끊겨서 들어오지 않고, 전기도 요즘 들어 더욱 자주 끊긴다"면서 "아이들을 키우기에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층에는 7가구가 살았다.
그러나 현재는 이바나 가족을 포함한 3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4가구는 빈 집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민을 떠나면서도 집을 처분하지 않고 문을 굳게 잠가둔 채 떠났다.
나라가 안정되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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